[인터뷰①] 송강호 "'택시운전사'의 자기검열, 내 소신 더 확고하게 해"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7.12 11: 56

'공동경비구역 JSA',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택시운전사'까지, 격동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담고 있는 영화에는 틀림없이 그 얼굴이 있다. 대통령의 이발사, 불의에 저항하는 변호사, 민주화항쟁을 목도하는 택시운전사까지, 송강호는 스크린에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역사를 대표한다는 것은 훈장같은 영광이기도 하지만, 때론 배우에게 막중한 책임감이 되기도 한다.
'택시운전사'는 송강호가 '배우로서의 자질을 고민'하며 거절하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정말 싫어서 거절했다기보다는 내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변호인’과 마찬가지였다"며 "두려워서 거절은 했지만, 이 얘기의 핵심이나 여운은 제 마음 속에서 점점 커지고 자리 잡아 가더라. 이런 얘기 자체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첫 번째로 들었다"고 '택시운전사'를 어렵게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송강호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림사건 일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에 출연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송강호는 한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자기검열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자기검열이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조금은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래서 ‘택시운전사’를 처음에 거절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송강호는 "사회적인 시선이 왜곡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자기 검열은 분명히 있었을 거다. 하지만 자기 검열을 하면서도 소신은 결코 그 검열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검열을 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며 "거절을 하고도 ‘택시운전사’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때, ‘택시운전사’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내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 그래서 제 자기 검열은 정말 말 그대로 자기 검열이 아니라 내 소신을 더 확고하게 했던 자기 검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강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는 유독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작품이 많은 것이 사실. 그러나 이러한 필모그래피는 그야말로 우연과 가치가 모여 완성된 것일 뿐,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것이 송강호의 설명이다. 
송강호는 "저는 좌편향 배우가 아닐 뿐더러, 그런 연기를 하지 않는다"며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 작품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사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인물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면은 그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간다"고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치적인 측면에서 작품을 선택했다든지, 앞으로 그럴 것이라든지 그런 면은 전혀 없다"며 "배우로서 순수하게 예술적인 가치가 제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선택한 것 뿐이다. 그런데 제 필모를 보니까 그런 작품들이 쭉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mari@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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