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변화의 다이아몬드, 힐만 기대 부응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11 21: 05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최근 2경기에서 모두 부진한 팀의 외국인 좌완 스캇 다이아몬드(31)에 대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는 최근 2경기에서 9이닝 동안 10실점을 했다.
경기 전 힐만 감독은 “타자를 확실하게 유인하는 공이 부족하다”고 원인을 짚었다. 다이아몬드는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때문에 유인구 승부는 더 중요하다. 그러나 너무 정직했다는 것이 힐만 감독의 생각이었다. 힐만 감독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체인지업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럴 때 가장 경기 내용이 좋았다. 헛스윙이나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그런 힐만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다이아몬드는 이날 체인지업 비중이 늘었다. 그리고 자신 특유의 장점으로 평가된 안정적인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개인 최다인 8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다이아몬드는 시즌 중반까지 빠른 공과 커브 투피치 유형의 투수였다. 미국에서 곧잘 던졌던 체인지업이 실종됐다. 이상하게 다이아몬드 스스로가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비중이 높아진 것은 근래 들어서였지만 그마저도 승부처에서 쓰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1회부터 적극적으로 체인지업을 쓰며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1회부터 체인지업이 무난하게 들어갔다. 존에 몰리지 않고 적절한 높이에서 떨어졌다.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아도 헛스윙을 잡아내거나 타자들의 히팅 존을 흔들었다. 이날 다이아몬드는 주무기인 커브(17개)보다 체인지업(21개) 구사 비율이 더 높았다.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기에 21개의 체인지업 중 12개가 스트라이크였다.
1회 4번 양석환의 타석에서는 초구부터 3구까지 체인지업을 연달아 던져 1B-2S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든 끝에 2루수 방면 약한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했다. 2회 이형종은 체인지업으로 3루 땅볼을 유도했고, 정성훈도 체인지업으로 2루수 땅볼 처리했다. 시프트의 도움까지 받았다.
3회에는 선두 오지환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잘 잡았고, 박용택의 고의사구에 이어 양석환의 우익수 방면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며 위기를 넘겼다. 4회 정성훈에게 솔로포 한 방을 맞기는 했지만 5회에는 백창수 강승호 박용택을 모두 땅볼로 처리하고 안정감을 되찾았다.
6회와 7회도 삼자범퇴로 넘긴 다이아몬드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백창수 강승호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것에 이어 박용택도 1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KBO 리그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영입 전 기대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날 최종 성적은 8이닝 113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 나무랄 곳이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경기 후 "시즌이 많이 지난 시점에서 조금씩 좋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는 부분에서 내 스스로가 아쉽지만 전반기가 지나가기 전 나의 리듬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늘 경기에 앞서 타석에 어떤 선수가 있든지 공격적으로 던지는 부분, 타자 개개인의 승부가 아닌 팀 전체의 승부를 염두에 두는 부분을 신경썼는데 그런 부분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이아몬드의 부활은 SK에 1승 이상의 수확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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