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무비]'옥자' 안서현, 봉준호의 여배우 활용방식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7.07.11 11: 42

 영화 '옥자'에 등장하는 미자(안서현)는 2017년 상반기 가장 인상깊은 한국영화('옥자'는 정확하게는 미국영화이나 한국여배우란 개념으로) 속 여주인공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여배우 활용방법에서도 그가 왜 다른 감독들과 조금은 '다른지' 느끼게 한다. 
'옥자'의 주인공은 일단 소년일 수도 있었지만 소녀였다. 영화는 슈퍼돼지 옥자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슈퍼소녀 미자의 이야기이다. 평화롭던 미자가 일생에 한 번 경험하는 거대한 사건이 스토리로 펼쳐지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사실 저는 소년보다 소녀가 강인했을 때 주는 아름다움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여드름이 잔뜩 난 소년보다 소녀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라고 심플했던 시작에 대해 전했다.

영화 속 미자는 할리우드로 따지면 여성 슈퍼히어로라고 할 만 하다. 워낙 산에서 자랐기에 몸이 단련됐는데, 초반 이런 미자의 운동 감각을 절벽 위에 떨어질 뻔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표현한다.
달리는 트럭 지붕 위에서 날렵하게 장애물을 피하기도 하고, 옥자를 싣고 달리는 자동차 뒤를 힘차게 쫓는다. 마치 히어로가 자신의 슈퍼카를 타듯 날뛰는 옥자의 몸에 가볍게 업히기도 한다. 전부 판타지 영화의 판타스틱한 무기나 기술이 없이 '맨 주먹'으로 해내는 것이다. 
이런 미자가 바라는 것이 '거대한' 평화는 아니다. 단지 사랑하는 미자를 다시 찾는 것. 옥자를 찾는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그가 해내는 여정은 어마어마하다. 미란도 코퍼레이션 한국 지부의 단단한 유리문으로 달려가 온 몸을 부딪히며 유리를 깨는 모습에서는 액션스타로서의 박력도 넘친다. 
미자는 한 마디로 '센 캐'이다. 할아버지와 둘이 살아 온 그는 고분고분한 소녀는 아니다. 할아버지가 옥자를 미란도 코퍼레이션에 넘겼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을 가기 위해 저금통을 와장창 부수는 모습이나 슈퍼돼지 페스티벌을 앞두고 마주한 미란다 코퍼레이션 직원에게 주눅들지 않는 모습 등은 인상적이다. 
더불어 영리하다. 그가 마지막에 옥자를 되찾는 방법은 하나의 반전으로 '산골소녀 미자'의 편견을 깬다. 영어란 언어의 장벽 역시 미자에게 넘지 못할 한계가 아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플란더스의 개', '괴물' 등에서 강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 바 있는데, 미자는 좀 더 어려지고 전면적으로 주인공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더불어 악역으로 등장한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도 미자처럼 여성이란 면에서 주목되는데 봉준호 감독은 애초 여자를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라는 등의 어떤 사명을 갖고 쓴 게 아니라서 어쩌면 더 의미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자, 옥자, 미란다가 모두 여성이지만 제가 일부러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엮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옥자와 미자의 대척점에 서 있는 빌런으로 틸다 스윈튼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성별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틸다가 반대편의 여성 CEO로 그려지는데, 시나리오 구상할 때부터 틸다로 상정하고 쓴 것이라 중년 남성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국적 기업과 (옥자를 생산하는) 창조주로 틸다가 있는 것은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nyc@osen.co.kr
[사진] '옥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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