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업 희비’ 박병호-황재균, 후반기 기회와 위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11 05: 49

한 명은 극적인 콜업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다른 한 명은 여전히 메이저리그(MLB)를 꿈꾼다. 이처럼 박병호(31·미네소타)와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의 전반기 콜업 희비는 엇갈렸다. 그러나 후반기에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는 점은 똑같다.
KBO 리그 출신으로 올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한 두 선수다. 황재균은 옵트아웃 시점을 앞두고 극적인 MLB 콜업을 이뤘다. 반면 박병호는 부상에 시달리며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끝에 조기 복귀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누구보다 자주 연락을 하며 서로 아픈 가슴을 달래준 두 선수는 이처럼 현재 다른 신분이다. 하지만 아직 그 자리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치고 올라갈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딱 경계선에 있다.
황재균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MLB 콜업 후 첫 경기부터 대포를 신고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현지에서 의구심을 보냈던 ‘3루 수비’ 또한 매번 좋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0경기에서 타율 1할9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587에 그쳤다. 물론 표본이 작아 멀티히트 한 번으로도 타율이 크게 오르는 구조이기는 하다. 하지만 MLB 무대는 스플릿 계약 선수에게 인내심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

후반기 시작부터 시험대가 기다린다. 주전 3루수인 에두아르도 누네스의 복귀가 기다리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누네스는 재활 경기 도중 다시 통증을 느껴 복귀가 예상보다 지연됐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누군가는 25인 로스터에서 빠져야 한다. 황재균의 첫 위기다. 혹은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가 돌아올 때 일시적으로 투수 13인 체제가 될 수도 있다. 야수 하나가 더 빠져야 하는 상황은 동일하다.
박병호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 미네소타의 구상에 박병호가 없다는 것은 이미 어렴풋이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맹활약에도 박병호를 MLB에 올리지 않은 것은 상징적이었다. 박병호도 실망감이 컸다. 여기에 한창 좋을 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 달을 쉰 것은 결정적이었다. 미네소타는 부진에 빠진 박병호 대신 다른 야수들은 두루 콜업하며 실험하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인 장타가 적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기회도 있다. 황재균은 수비력에 대한 우려를 떨쳤다. 다른 야수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과시했다. 타격이 좀 더 살아난다면 황재균에 대한 샌프란시스코의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길라스피나 다른 선수들의 타격감이 그렇게 매서운 것도 아니다. 또한 누네스는 계속해서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린다. 게다가 최고 유망주인 크리스찬 아로요 등 황재균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은 모두 부상을 당해 당분간 복귀가 어렵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된다.
박병호는 장타력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타격감이 한창 좋지 않을 때는 좌측 방면 땅볼과 빗맞은 뜬공이 많이 나왔다. 내야를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박병호를 교타자로 보는 시각은 없다. 타율이 조금 떨어져도 화끈한 장타를 보여줘야 구단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잡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6월 중순 이후로는 타구 방향이 좋아졌다. 우중간, 중앙 방면 장타들이 많이 나온다. 가장 근래 터진 시즌 4호 홈런도 가운데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박병호는 KBO 시절에도 타격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이런 타구로 감을 살리곤 했다. 폭발의 전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네소타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리한 요소다. 그러나 부상 변수 등 돌발상황은 많다. 그 상황을 잡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힘든 시기지만 이겨내야 MLB가 보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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