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두 명의 코리안리거가 나란히 제자리걸음을 했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과 김현수(29·볼티모어)의 후반기 활약은 거취와 맞물려 더 큰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2016년을 앞두고 현 소속팀과 각각 2년 계약(오승환 1+1년 계약)을 맺은 두 선수는 올해가 중대한 한 해다. FA 자격 행사 때문이다. 올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에서 대박을 칠 수 있었다. 반대로 삐끗할 경우는 제 값어치를 받기 어렵다. 1년 사이에 많게는 수백만 달러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전반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시즌 시작은 지난해보다 좋았다. 오승환은 팀의 개막 마무리였다. 팀의 믿음은 굳건했다. 김현수는 여전히 플래툰 시스템에 갇혀 있기는 했다. 그래도 ‘마이너리그행’이 거론되던 지난해보다는 훨씬 나은 입지였다. 오승환은 내셔널리그 구원 레이스에 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김현수는 지난해 다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타격 진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혔다. 하지만 전반기는 계획대로 가지 않았다.
오승환은 팀의 마무리 자리는 지켰다. 18개의 세이브를 올렸다. 적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세부 지표가 지난해보다 다 떨어졌다. 피안타와 피홈런은 늘고, 탈삼진은 줄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투수의 이런 세부지표 변화는 필연적으로 블론세이브와 패전의 증가를 불렀다. 김현수는 이해하기 힘든 타격 부진을 겪었다. 프로 데뷔 후 이렇게 타격이 부진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전반기 51경기에서 김현수의 타율은 2할2푼9리였다.
그런 두 선수의 팀 공헌도도 폭락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오승환의 지난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2.6, 김현수는 0.9였다. 그러나 올해는 오승환은 0, 김현수는 -0.5까지 떨어졌다. 물론 이 수치가 그 선수 가치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지 않았음은 모든 이들에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후반기에 반등하면 지난해 활약이 다시 오버랩되기 마련이다. 한 차례 고비를 이겨낸 것은 오히려 약점을 지웠다는 측면에서 훈장이 된다. MLB에서는 FA 계약의 조건 자체가 벼슬이다. 최대한 좋은 계약을 맺어야 추후 기회의 측면에서 탈이 없다.
오승환은 좀 더 나은 위치에 있다. 고전하는 와중에서도 최소한의 가치는 지켰다. 여기에 최근 MLB 시장은 불펜투수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노련한 마무리투수, 여기에 내구성을 갖춘 투수라는 것은 증명이 됐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변화구 완성도, 피장타의 위협에서 벗어난다면 언제든지 좋은 마무리다. 이 과제 해결 여부에 따라 시장에서의 평가도 결정될 전망이다.
김현수는 다소 절박한 위치다. 올 시즌 김현수의 타구 분포도는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오히려 땅볼은 줄었다. 그러나 강한 타구의 비율이 지난해 30.2%에서 25.5%로 줄었고 결과적으로 장타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강했던 바깥쪽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 능력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플래툰 시스템에서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이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는 김현수다. 단 한 번의 계기가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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