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SK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 선수들의 부진이 눈에 들어온다. 구단에서 가장 주목하는 선수는 주전포수 이재원(29)이다. 더 뻗어나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서다.
이재원은 공·수 모두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 10일까지 시즌 76경기에서 타율 2할3푼8리, 5홈런, 29타점에 머물고 있다. 장타율은 0.345다. 이재원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수비에서도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리그 최고의 견제 능력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도루 저지율이 떨어진다. 데이터상으로 폭투·포일 방지력은 리그 정상급이나 리드는 간혹 논란이 되곤 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재원의 원래 위치였던 리그 ‘No.3’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이를 지켜보는 SK의 시선은 안쓰러움이다. 실망감과는 조금 다르다. 선수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상황 속에 시즌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실타래가 꼬여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발버둥을 칠수록 늪이 깊어진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이재원이 이 위기를 넘기고 더 좋은 포수가 될 것이라는 여전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재원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는 것도 인정한다.
박경완 배터리코치는 이에 대한 질문에 먼저 제자를 감싼다. 현역 시절 최고의 포수 출신인 박 코치는 “(이)재원이가 풀타임 몇 년차 포수인가. 이제 2년차 아닌가. 2년차 주전 포수로 본다면 절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강민호(롯데)나 양의지(두산)의 풀타임 2년차를 떠올려보라. 나도 2년차 때는 잘 못했다”라고 선을 그은 뒤 “단지 재원이에 대한 구단의 기대가 엄청나게 커서 그런 것이다”고 이재원이 숙명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코치는 “재원이가 타격이나 수비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측면은 있다. 승부를 해야 할 때와 아닐 때의 구분은 필요하다. 실패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다만 되풀이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 코치는 “예전에 양의지가 찾아와서 나에게 조언을 구했던 적이 있다. 나는 ‘성장과정에서 다 그런 것이다.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이재원도 그런 시간을 겪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수비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타격 부진에 대해서는 2014년 4할 도전이 독이 됐다는 게 정경배 타격코치의 이야기다. 정 코치는 “재원이는 원래 스윙 매커니즘이 워낙 좋은 선수였다. 특별히 손을 대본 적이 없을 정도”라면서도 “재원이가 몸쪽 코스에 약점이 있다. 당시 안타를 쳐야 한다는 생각에 몸쪽 코스를 무리하게 치기 시작하면서 타격 밸런스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예전 좋았을 때의 매커니즘이 나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반등은 언제쯤일까. 두 코치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천천히 정비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일치했다. 박 코치는 이홍구나 이성우에게는 거의 90% 사인을 직접 낸다. 그러나 이재원에게는 거의 사인을 내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이겨보라는 지시다. 박 코치는 “그래도 이재원의 수비와 리드는 분명히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퇴보론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코치도 이재원의 타격폼을 무리하게 뜯어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체력소모도 극심하고, 포수 훈련도 해야 하는데 타격까지 신경을 쓰면 체력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투수들도 이재원에 대해 미안함을 전하는 경우가 있다. 높은쪽 유인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한 투수는 “나도 제대로만 던졌으면 괜찮은 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운데 몰려 큰 것을 맞은 적이 있다. 미안했다”고 떠올렸다. 이재원도 투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볼배합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박 코치는 “원래 포수는 6이닝 기막히게 하고도 안타 3개로 3실점하면 욕을 먹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남들보다 실수를 줄이면 된다”라면서 “그래도 재원이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방망이가 안 맞으면 수비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툭툭 털고 수비에 전념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일부러 부족한 점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을 건넸다.
정 코치도 “재원이도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연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라. 주전 포수가 되면서 포수 훈련이 많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타격에는 다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지금 당장 훈련량을 늘리기는 힘들다. 다만 타격은 계속 나아질 것이다. 또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타격을 다시 다듬으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모든 구성원들이 이재원이 이 고비를 넘기길 응원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