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홈런 증가에 논란이 있었으나 클레이튼 커쇼(29·LA 다저스)는 건재했다. 전반기 최종 성적은 메이저리그(MLB) 역사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었다.
커쇼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3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두며 시즌 14승(2패)째를 달성했다.
경기에서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대개 투구수가 많기 마련이다. 13개의 탈삼진을 잡기 위한 최소 투구수만 40개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쇼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날 99개의 공으로 완투승을 마무리했다. MLB 역사상 ‘100구 미만-13탈삼진 이상’ 완투승은 커쇼가 처음이었다.
사실 피홈런이 늘어나는 등 논란은 있었다. “왜 커쇼의 피홈런이 증가했나”는 현지 언론들의 단골 분석 레퍼토리였다. 그러나 피홈런의 증가도 커쇼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커쇼는 전반기 19경기에 선발로 나가 132⅓이닝을 던지며 14승2패 평균자책점 2.18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1할9푼5리의 피안타율, 0.88의 이낭당출루허용률(WHIP)도 발군의 성적을 낸 2014~2015년 성적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단지 피홈런만 늘어났을 뿐이다.
숫자의 나열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커쇼의 기록이다. 당연히 이런 기록을 세운 선수가 역대를 통틀어도 몇 없었다. 커쇼는 전반기에 14승 이상, 평균자책점 2.50 이하, 그리고 9이닝당 탈삼진 개수(K/9)에서 10개 이상을 기록했다. ‘엘리아스 스포츠’에 따르면 커쇼 이전에 전반기 이 기록을 달성한 투수는 단 3명밖에 없었다. 모두 명예의 전당 헌액자다.
1965년 샌디 쿠팩스가 전반기 15승3패 평균자책점 2.13, 그리고 10.4개의 K/9을 기록했다. 1999년 페르도 마르티네스는 15승3패 평균자책점 2.10, K/9 12.3이었고, 2000년 랜디 존슨이 14승2패 평균자책점 1.80, K/9 12.3을 기록하며 이 업적에 합류했다. 그 후로는 커쇼가 이 대열에 오를 때까지 해당자가 하나도 없었다.
한편 커쇼는 이날 경기로 통산 6번째 ‘13탈삼진 이상-무볼넷’ 경기를 기록했다. 만 30세가 되기 전 6번이나 이런 압도적인 경기를 한 선수는 커쇼 이전에 딱 1명이 있었다. 바로 페드로 마르티네스로 마르티네스 또한 20대에 6번 이런 경기들을 선보였다. 분명 커쇼의 20대는 이미 세월을 풍미한 전설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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