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재발견으로 불린 에릭 테임즈(31·밀워키)는 전반기 79경기에서 23개의 홈런을 쳤다. 이는 MLB 전체 공동 9위, 내셔널리그에서는 공동 4위의 기록이다. 내셔널리그 선두권과는 3개 차이다.
때문에 테임즈가 오는 11일 오전 9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열릴 MLB 올스타전 ‘홈런더비’에 출전하길 바라는 팬들이 많았다. MLB에서 한 차례 실패했던 선수, 3년간 변방이라고 여겼던 KBO 리그에서 뛴 선수의 감격적인 재입성 하이라이트가 될 법했다.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테임즈는 이번 올스타전 홈런더비에 출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초청을 받지 못해서다. 이번 홈런더비에는 2연패에 도전하는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을 비롯,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코디 벨린저(LA 다저스), 미겔 사노(미네소타) 등 MLB를 대표하는 슬러거 8명이 참가한다. 하지만 테임즈는 10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의 인터뷰에서 “홈런더비 출전에 대한 제안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MLB.com은 “6월 한 달 동안 테임즈는 타율 1할6푼3리, 출루율 2할6푼7리, 장타율 0.402를 기록했다. 이 성적은 (홈런더비 초청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4월의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갔다면 모를까, 점점 떨어지는 성적으로 강했던 인상이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테임즈는 설사 초청을 받았다고 해도 정중히 고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임즈는 경험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벤트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테임즈는 “한국에서 홈런더비에 출전했었다. 그 후 2주간 내 스윙은 마치 뭔가에 취한 듯 했다”고 떠올렸다.
‘홈런더비’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홈런더비는 어쨌든 홈런을 위한 이벤트다. 철저히 홈런을 노린 발사각의 풀스윙을 해야 한다. 이처럼 지나치게 홈런을 의식하다 자신의 원래 스윙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이것이 후반기 초반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었다. 때문에 일부 지도자들은 팀 간판스타들의 홈런더비 출전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테임즈도 그런 경험을 떠올렸다. 테임즈는 2015년 KBO 올스타전 홈런더비 당시 결승까지 올랐으나 황재균(현 샌프란시스코)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거기서 끝나면 됐는데 후반기 초반에도 영향이 있었다. 테임즈의 2015년 전반기 80경기 OPS(출루율+장타율)는 1.257이었다. 그러나 올스타전 이후 첫 11경기에서는 OPS가 1.061로 떨어졌다. 스스로 홈런더비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 것이다.
MLB 성공에 대한 테임즈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반기에는 나름대로 눈에 띄는 성적을 냈지만 MLB는 안주하면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는 무대다. 설사 초청받았다고 해도 홈런더비에 나가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차분히 후반기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게 테임즈의 생각인 것이다. 이처럼 KBO 리그에서의 경험은 야구 내적인 면은 물론 외적인 부분에서도 큰 시사점까지 주고 있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