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홈런왕인 SK 간판타자 최정(30)이 올 시즌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로 이름을 새겼다. 2년 연속 홈런왕이 서서히 가시권에 들어오는 가운데 그 과정에 이대호(35·롯데)와 박병호(31·미네소타)를 제치는 이정표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정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팀 동료 한동민(26개)에게 20홈런 선착 타이틀을 내준 최정은 그 후 홈런 페이스에 속도를 붙이며 30홈런 고지는 먼저 밟았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30홈런을 기록했다는 점은 놀랍다. KBO 리그 역사를 찾아봐도 이만한 홈런 페이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KBO 홈런 역사의 전설인 이승엽을 제외하면 최정보다 더 빨리 3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는 없었다. 즉, 우타자로는 최정이 가장 빨랐다. 종전 최소경기 30홈런 기록자는 2002년 송지만(당시 한화)과 2014년 박병호(당시 넥센)로 79경기였다. 그런데 최정은 올 시즌 자신의 78번째 경기에서 30홈런을 쳤다. 팀 경기로 따지면 박병호(79경기), 송지만(81경기)에 이은 3위(84경기)였다.
물론 아직 홈런왕 경쟁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최정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다. 이대호와 박병호가 그들이다. 이대호는 토종 3루수 최다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박병호는 우타자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다.
이대호는 2010년 44홈런을 쳤다. 물론 당시 3루수로 나서 친 홈런은 36개였지만, 최정도 올해는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지난해 기록으로 이대호는 넘었지만, 올해는 아예 이대호의 44홈런 기록을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다음은 2002년 페르난데스(전 SK)의 45홈런이다. 이는 3루수를 주 포지션으로 본 선수 중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는 SK의 팀 프랜차이즈 최다 기록이기도 해 욕심을 낼 법하다.
현재 최정의 페이스를 고려하면 이 기록까지는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우타 끝판대장(?) 박병호의 기록이다. 최정의 홈런 스윙에 영감을 주기도 한 동급생 박병호는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을 쳤다. 2014년은 128경기, 2015년은 140경기에서 얻은 성과였다.
최정은 남은 시즌을 건강하게 치른다는 가정 하에 51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몰아치기에 능한 타자이고, 상대 투수들의 견제 속에서도 꾸준히 홈런을 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뒤로는 한동민이나 김동엽 등 힘이 좋은 선수들이 위치하고 있어 최정을 마냥 거르기도 쉽지 않은 양상이다. 팀 동료들이 좀 더 도와준다면 홈런 페이스에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관건은 건강이다. 역대 몸에 맞는 공 1위인 최정은 올 시즌도 벌써 15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는 손에 공을 맞아 고생한 적이 있었다. 당시 홈런 페이스가 끊기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상 여파도 결장한 6경기가 아쉬운 가운데 기록 도전에는 몸 관리가 필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