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2호 영구결번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목표했었는데, 정말로 됐다." 이병규(43)가 영원한 LG의 9번으로 남았다.
LG는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이병규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지난 1997년에 LG에 입단한 이병규는 일본에 진출한 3년(2007~2009년)을 제외하고 17년 동안 LG에서만 뛴 '원팀맨'이다.
1997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잠실구장 최초 30홈런-30도루, 사이클링히트, 10연타석안타, 2000안타 등 굵직한 기록을 남긴 그는 1741경기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147도루 타율 3할1푼1리로 프로 생활을 마쳤다. 비록 LG에서 우승 반지를 손에 끼지는 못했지만, 이병규의 번호가 LG에 봉인되기에는 충분했다.
이병규는 LG 역사상 두 번째 영구결번 선수다. LG 최초 영구결번선수는 김용수(41번) LG 전 코치다.
이병규는 "입단할 때는 영구결번 선수가 없었다. 그런데 선수시절 김용수 선배님께서 영구결번이 돼서 욕심이 났다. 선배님이 잘 되시고, 나도 팀의 2호 영구결번 선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정말로 영구결번이 돼서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김용수 전 코치는 이날 행사에 찾아와 꽃다발을 전해주고 포옹을 하며 자신에 이어 새롭게 영구결번이 된 후배를 축하해줬다.
그렇다면 이병규가 꼽은 차기 영구결번 후보는 누가 있을까.
우선 가장 유력한 선수는 박용택이다. 박용택 역시 현재 LG에서만 16시즌을 뛰고 있다. 통산 1877경기에 나온 그는 타율 3할7리 2141안타 184홈런 304도루를 기록하고 있고, 입단 이후 2008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세자릿수 안타를 치고 있다. LG 팬들에게 33번의 의미는 이병규가 가지고 있던 9번의 상징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기 영구결번 선수로 박용택을 예상했지만, 이병규는 "한 10년 뒤에나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된 뒤 곧바로 다음 선수가 나오면 이상한 만큼, 나중에 내가 해외연수 다녀오고 이런 뒤에야 나왔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미 유력한 박용택이 아닌 그 다음의 영구결번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병규는 오지환을 들었다.
지난 2009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오지환은 9시즌 동안 899경기에 나와 타율 2할6푼 81홈런 149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이병규와 박용택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에서 남다른 승부욕과 책임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병규는 "오지환이 열심히 분발해서 팀을 이끄는 중심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