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미안한 마음이 크죠."
이용규는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 2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68일만의 선발 출장.
이용규는 지난 5월 2일 인천 SK전에서 스퀴즈 번트 시도한 후 3주 주자를 바라보다 1루 베이스를 밟고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땅을 짚었고, 손목 골절로 이어졌다. 이용규는 이틀 뒤인 5월 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수술 후 재활에 매진한 이용규는 지난 4일 고양전을 시작으로 경기에 나서며 실전 감각을 점검했다. 그리고 7일 이용규는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약 두 달만의 1군 등록. 원래 이상군 감독은 이용규의 회복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 합류까지만을 고려했지만,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좋았다. 이용규도 자신을 보였다. "2군에서 3경기 해보니까 충분히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이라고 생각했다. 내 몸을 내가 아니까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용규의 설명이다.
7일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이용규의 1군 복귀전은 8일 이뤄졌다. 이용규는 가장 '이용규'다운 경기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1회초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용규는 3회초 2사 상황에서는 LG 선발 류제국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 방면 안타를 날렸다.
안타로 본격적으로 감을 잡은 이용규는 이후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일명 '용규놀이'를 선보였다. 5회초 풀카운트 상황에서 공 3개를 커트하며 9개를 던지게 한 끝에 볼넷 출루에 성공했다.
7회초에는 공 7개를 본 뒤 안타를 쳐 멀티히트를 완성했고, 9회초에는 비록 2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공 12개를 봤다. 마지막 세 타석에서 이용규가 상대투수로 하여금 던지게 한 공을 무려 28개에 달했다. 이용규를 비롯해 투·타 모두 집중력을 발휘한 한화는 이날 경기를 6-3으로 잡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를 마친 뒤 이용규는 "투수 공에 집중했다. 아직 경기 감각이 완벽하지 않아서 몇 경기를 더 해봐야 몸 상태를 알 것 같다"라며 "공 하나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이 예상보다 좋은 모습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복귀전 소감을 전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전 이용규의 타격연습을 지켜본 뒤 "타격 시 통증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수비나 주루 등을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규 역시 "아직 부상 부위가 완벽하게 부드러워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경기할 수 있는 몸은 된다"고 밝혔다.
모처럼 나선 경기에서 팀이 연패를 끊었다. 또한 이날 잠실구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1만 8000여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방문했다. 홈 팀 LG팬도 있었지만, 이에 못지 않게 한화팬들도 자리를 채웠다. 이용규는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다. 관중들 앞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내 직업인데 오랜만에 그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경기를 잡긴했지만 한화는 81경기를 치른 가운데 35승 45패 1무로 전체 8위에 머무르고 있다. 7위 롯데와는 3.5경기 차.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는 6.5경기 차다. 전반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용규는 장기간 이탈한 부분에 대해서 "팀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이야기하며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다만 매 경기 이기는 것을 목표로 경기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