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6일 kt와 1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주축 타자 중 하나였던 윤석민(32)을 kt에 주는 대신 좌완 투수들인 정대현(26)과 서의태(20)를 받았다.
넥센은 우완에 비해 좌완 전력이 약한 팀 사정을 고려한 트레이드였다고 밝혔다. 특히 신체조건이 좋은 서의태에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내부에서도 “과감했다”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다. 물론 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넥센이 어린 투수들을 잘 육성해왔다는 측면에서 세 좌완의 미래 모습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야구계는 다소 놀란 분위기다. “넥센이기에 가능한 트레이드였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넥센의 야수진이 전반적으로 성장해 두꺼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윤석민은 즉시 전력감이다. 지난해 92경기에서 타율 3할3푼4리를 기록했고, 올해는 7일까지 78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7홈런, 47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반면 정대현은 부진했고, 서의태는 아직 긁어보지도 않은 선수였다. 올해 전력에 어떤 보탬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넥센이 여러 가지 포석을 두고 있었다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넥센이 당장 우승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구단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기본 목표’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단기간에 윤석민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트레이드다. 여기에 구단의 향후 운영에도 유리한 트레이드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넥센은 팀 연봉 구조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는 팀이다. 모기업에서 지원금을 타서 쓰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수익 구조는 획기적으로 늘이기 어렵지만, FA 선수 등 연봉이 높아지면 구단의 손익계산은 복잡해진다. 실제 넥센은 최근 팀에서 배출된 FA 선수들을 잡지 않았다. “시장가에 비해 선수들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계산이 있었다. 또한 고액 FA 선수들을 눌러 앉히면 연봉구조가 꽉 막힌다.
한 구단 관계자는 “윤석민도 서서히 FA가 다가오고 있었고, 보상선수로 받는 가치보다는 현재 트레이드에 나서 2명의 좌완을 얻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넥센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고, 넥센이 두 좌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잘 모르지만 그런 측면에서 보면 넥센이 지금 이 시점에서 윤석민을 트레이드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FA가 닥친 내년이 되면 윤석민의 가치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알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MLB)식 운영을 엿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MLB에서 스몰마켓 팀들은 팀에서 배출한 슈퍼스타를 FA로 잡기 어렵다. 돈이 없다. 그 전에 트레이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 트레이드로 얻은 유망주들을 다시 키워 향후 팀 전력으로 만든다. 재무구조가 넉넉하지 않은 넥센으로서는 앞으로도 그런 방향을 꾸준히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팀의 육성 시스템에는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며, 장기적인 팀의 핵심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트레이드 시장에 올려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고형욱 단장이 예전에 스카우트를 하면서 눈여겨본 선수들을 데려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넥센의 이런 실험이 4~5년 뒤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KBO의 이적 시장 풍경도 많이 바뀔 수 있다. 넥센의 행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을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