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미끄러졌다.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결국 시즌 내내 문제가 됐던 불펜이 시즌 전환점을 넘어가는 시기, 팀이 가장 상승 길목을 타야 하는 순간에서 급제동을 걸게 만들고 있다.
롯데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8회초 2점을 헌납하며 5-6으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지난주까지 7경기 6승1무의 초상승세를 타며 5강 경쟁에 합류하는 듯 했던 롯데였다. 그러나 이 상승세를 그 이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하는 시기에서 롯데는 제풀에 쓰러졌다. 결국 불펜 난조가 화근이었고, 상승 곡선에서 스스로 급제동을 걸었다.
8일 경기 포함해 불펜 난조로 승부가 뒤집어진 경기가 두 차례, 추격 의지를 꺾게 만든 것도 한 차례 있었다. 결국 이번 주 거둔 1승3패 중 3경기가 모두 롯데 불펜의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일 포항 삼성전 역시 2-3까지 추격한 8회말, 선발 송승준이 7⅓이닝 역투를 펼쳤지만 8회 올라온 불펜진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1점을 더 헌납하면서 2-4로 패했다. 이튿날 5일 경기 역시 3-2로 경기를 역전시킨 뒤 맞이한 7회말, 3점을 내주면서 3-5로 역전을 허용했고 9회초 5-5 동점에 성공했지만 결국 9회말 조동찬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5-6으로 패했다.
7일 경기는 더욱 뼈아팠다. 에이스 박세웅이 등판한 경기였다. 1승이 아쉬운 롯데 입장에선 에이스가 나오는 경기는 잡아내야만 했다. 박세웅은 솔로포 4방을 얻어맞는 등 이전과 다르게 난조를 보였지만 결국 7이닝 4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고 내려왔다. 타선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점수를 뽑아내며 5-4의 리드를 8회까지 잡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2이닝을 극복하지 못했다. 8회부터 올라온 김유영과 윤길현이 결국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지 못하고 2점을 내주며 박세웅의 승리와 팀 승리를 모두 허공에 날려버렸다.
1점 차 승부에 대한 압박감은 상당하나, 결국 그 몫을 해내야 하는 것이 불펜진의 숙명이다. 선발진이 최소 7회까지 앞서고 있다고 한들 롯데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올 시즌 35승4패1무로 10개 구단 승률 8위에 머물고 있다. 어느덧 롯데 불펜의 블론세이브 숫자는 14개가 됐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지난해 블론세이브 수치(18개)에 근접했다. 그만큼 불펜이 접전 상황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과 트레이드 등을 통해 보강을 한들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마무리 손승락만이 뒷문을 굳건히 지키지만 그 뒷문까지의 길목을 스스로 가시밭길로 만들고 있다.
롯데는 현재 타선이 응집력으로 점수를 뽑아주고 있고, 선발진 역시 절망적이었던 붕괴 상황에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불펜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선수의 역량 부족인지, 아니면 벤치의 그릇된 운영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전후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문제이지만 결국 팀 구성원들간의 신뢰도 깨질 수 있는, 엇박자 속에 놓인 팀 현실이다. 롯데는 중위권으로 도약해 경쟁을 주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이 기회를 차버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