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거나 혹은 막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 이현승은 이용찬과 함께 더블스토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면서 김태형 감독은 이현승을 마무리보다는 승부처의 순간 위기를 막아주는 투수로 기용했다.
김태형 감독은 “실점 위기마다 이현승을 기용하고 있다. 실점해서 경기가 뒤집히면 이용찬이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이현승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이현승이 제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 이현승은 올 시즌 만루 위기에서 피안타율 0.077로 위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8일 치른 마산 NC전에서 두산은 이런 이현승의 만루 위기 극복 능력에 미소를 지었다.
이날 두산의 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타자들의 홈런 4방 지원을 받은 가운데 5회까지 1실점을 했다. 그리고 5-1로 앞선 6회 선두타자 이호준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이후 급격히 제구가 흔들리면서 권희동(볼넷), 손시헌(사구), 김태군(볼넷)을 연이어 출루시켰다. 1사 만루의 위기. 두산 벤치는 투구 수 121개를 기록한 니퍼트를 내리고 이현승을 올렸다.
홈런 한 방이면 경기가 뒤집어지는 상황. NC의 분위기가 한껏 올라간 만큼, 두산과 NC에게 6회말은 승부처와 다름없었다. 이현승은 첫 타자 이종욱을 상대로 과감하게 승부를 펼쳤다. 직구 2개로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슬라이더 한 개가 파울이 됐다. 이현승은 다시 한 번 슬라이더를 던졌고, 결국 이종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급한 불을 끈 이현승을 후속타자로 박민우도 슬라이더 두 개로 유격수 직선타를 이끌어내 6회의 마지막 카운트를 채웠다.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이현승은 7회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공 5개로 범타 처리했다. 총 15개의 공을 던진 이현승은 8회 마운드를 김승회에게 넘겨주면서 이날 경기를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쳤다.
경기 후 만루 위기에 강한 비결을 묻자 이현승은 '단순함'을 들었다. 그는 "위기의 순간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안타를) 맞거나, 위기를 막거나 둘 중에 하나라 고 생각하고 오히려 편하게 마음 먹고 나간다"라며 "맞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더 단순하게 접근하니 결과도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현승이 한 차례 위기를 끊어내면서 두산은 이후 실점을 하지 않았다. 결국 6-1 승리로 3연승과 함께 시즌 40승 고지를 밟았다. 이현승은 "니퍼트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좋은 피칭을 했다. 6회 만루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팀의 연승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던졌다"라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