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가공할만한 대포에도 롯데의 ‘에이스’ 박세웅(22)은 좌절하지도, 무너지지도 않았으면서 10승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다시 불펜진의 방화에 10승이 무산되면서 박세웅은 ‘외로운 에이스’가 됐다.
박세웅은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10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4피홈런) 1볼넷 2사구 6탈삼진 4실점 역투를 펼쳤다.
SK는 올 시즌 명실공이 ‘대포 군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팀 홈런 144개로 이 부문 독보적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 당 1.76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있을 만큼 홈런이 주 득점 루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박세웅은 이 SK를 잡아내는데 도사였다. 박세웅은 2015년 롯데로 트레이드 된 이후 통산 SK를 상대로 8번 선발 등판해 4승2패 평균자책점 2.72의 기록하고 있었다. 올 시즌 역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1.48을 마크했다. 대포군단 SK를 상대로 통산 피홈런이 2개 밖에 없었고, 올 시즌에는 피홈런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박세웅도 SK의 방망이를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올 시즌 단 3개의 피홈런만 허용했던 박세웅은 이날 경기에서만 4개의 피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날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홈런을 내줬다. 1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1B에서 143km 빠른공을 던지다 우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2회에는 선두타자 박정권에게 2B1S에서 4구 141km 빠른공을 던지다 다시 우월 아치를 허용했다. 3회초에도 선두타자 정진기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했다. 3이닝 연속 피홈런이었다. 그리고 6회초, 선두타자 한동민에게 126km 포크볼을 던지다 중월 솔로포를 내줬다.
박세웅은 올 시즌 맞은 피홈런보다 더 많은 4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으로 파고 들었지만 더 공격적었던 SK 타자들의 방망이에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 모든 홈런이 솔로 홈런이었다. 그렇기에 박세웅에게 큰 내상은 없었다.
초반 연이은 홈런포에 다소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5회를 제외하고는 삼자범퇴 이닝이 없었고 4이닝에서 홈런을 허용했지만 그 이후 타자와의 승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결국 박세웅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이닝을 모두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7회까지 박세웅은 110구의 역투를 펼쳤다.
박세웅이 무너지지 않자 타선 역시 1회 이대호의 투런포 이후 잠잠했던 방망이를 다시 깨어내면서 수세에 몰리던 경기를 뒤집었다. 2-3으로 뒤지던 5회말 1사 1,2루에서 전준우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3-4로 뒤진 6회말에는 2사 2,3루에서 손아섭의 2타점 2루타로 역전을 일궈냈다. 박세웅에게 승리 투수 기회가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결국 박세웅은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에이스 본능, 그리고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2015년 1군 데뷔 이후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리는 듯 했다. 하지만 불펜진이 다시 한 번 박세웅의 승리 요건을 날려버렸다. 8회초 김유영과 윤길현이 올라왔지만 1점의 리드를 지키짐 못하고 5-6으로 재역전을 허용했고. 박세웅은 마지막에 웃을 수 없었다.
지난 1일 사직 NC전에서도 박세웅은 6이닝 3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7회 장시환이 박석민과 모창민에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10승 기회를 날려버린데 이어 2경기 연속 불펜 방화로 10승 기회를 놓친 바 있다. 결국 롯데는 5-6으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