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손승락(35)의 세이브 여정이 순탄하지가 않다. 손승락을 제외하면 믿을 투수가 없는 롯데 불펜의 낯 뜨거운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올 시즌 손승락은 29경기 등판해 1승1패 14세이브(3블론)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현재 롯데의 마무리 투수인 만큼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확실하게 이닝을 맡길 수 있는 투수다. 시즌 초중반, 피안타율이 4할에 육박하는 등 경기 내용적인 면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손승락은 6월 들어 안정을 찾으면서 현재 굳건한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손승락의 굳건함이 두드러질수록, 다른 불펜 투수들의 아쉬운 모습들은 더욱 부각이 될 수밖에 없다. 윤길현과 장시환 등 필승조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들이 손승락이 등판하기 전까지의 1이닝을 온전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손승락의 등판 상황이 사라지는 경우도 이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시환은 현재 6개의 블론세이브로 전체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윤길현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일 포항 삼성전 역시 윤길현이 4-2로 앞선 8회에 올라왔지만 2아웃 이후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왔고, 뒤이어 올라온 원포인트 좌완 김유영 역시 대타 이승엽에 사구를 허용하면서 2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손승락은 8회에 마운드에 올라와 위기를 극복한 뒤 팀의 2점 리드를 지켰다. 시즌 14번째 세이브이자 4번째 터프세이브를 수확했다.
6일 경기와 같은 경기 후반의 상황이 롯데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만큼 마무리 손승락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의미다. 손승락의 올 시즌 세이브 여정 역시 그리 순탄치 않다. 올 시즌 14세이브 가운데 1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올린 세이브가 올 시즌 세이브의 절반인 7차례에 달한다. 이는 한화 정우람, 두산 이용찬, 삼성 장필준 (이상 5회)보다 많은 리그 최다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거둔 3개의 세이브 모두가 1⅓이닝,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져야 했던 세이브였다. 올 시즌 터프세이브 역시 4개로 리그 최다에 해당한다.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손승락의 등판 기회를 그리 많지 않았다. 세이브 상황 자체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1주일에 한 번 꼴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적은 등판 횟수로 체력을 관리했다고 할지언정,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필승조들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손승락이 조기에, 그리고 경기의 가장 급박한 순간에 등판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연출이 되고 있다. 이럴 경우 손승락의 컨디션 관리 문제도 시즌 후반에 들어서서 롯데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현재 롯데 불펜에서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손승락이다. 그렇기에 벤치는 손승락에게 1이닝 이상을 맡기는 유혹을 떨쳐낼 수 없다. 그러나 손승락의 시즌과 세이브 여정이 안정적으로 흐르기 위해선, 하루 빨리 롯데 불펜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