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합계 35점을 내는 대혈투를 벌인 SK와 KIA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팽팽한 승부로 팬들에게 전날과는 다른 맛을 선사했다.
SK와 KIA는 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시즌 7차전을 앞두고 훈련 과정을 상당 부분 생략했다. SK는 전체적인 훈련을 최소화했다. 특히 선발로 나서는 선수들은 짧게 훈련을 마치고 일찌감치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전날 경기로 선수들이 힘든 것을 고려했다”고 했다.
KIA도 역시 이날은 경기장에 나와 가볍게 몸을 풀었고, 수비 훈련 등은 생략한 채 가볍게 타격 훈련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을 취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평소 훈련 일정은 각 담당코치들에게 맡긴다. 이날 김 감독이 특별히 지시를 내린 것은 없었는데 코치들이 알아서 훈련량을 줄였다.
3연전 마지막 날에다 전날 혈투를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두 팀은 전날 약 4시간20분 동안 혈투를 펼쳤다. SK가 18점, KIA가 17점을 냈다. 17점을 내고 패한 것은 종전 한 번밖에 없었던 일이었다. 여기에 역전과 재역전으로 이어지며 경기가 막판까지 급박하게 흘러간 탓에 선수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피로도가 극심했다. 두 팀 선수들은 경기 전 “피곤하다” “힘들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그럴까. 타올랐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하루만에 식었다. 스윙 타이밍이 약간씩 늦는 모습도 종종 있었고, 넘어갈 만한 타구들이 워닝트랙이나 외야에서 잡히는 경우들이 자주 나왔다. 여기에 문승원(SK)과 정용운(KIA)이 상대를 맞혀 잡으며 호투한 덕에 7회까지는 3-3, 합계 6점이 나는 데 그쳤다. 합계 안타도 10개였다.
그러나 타격전이든 투수전이든 치열한 경기임은 분명했다. KIA가 4회 1점을 뽑자 SK가 6회 집중력을 발휘하며 3-1로 역전했고, KIA는 7회 반격에서 이범호의 2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 등 경기 종반까지 접전이 이어졌다. 최근 8경기에서 7승1패의 KIA, 6연속 위닝시리즈를 질주하고 있었던 SK는 막판까지 팀이 가진 힘을 다 짜냈다.
결국 승부는 집중력에서 갈렸다. 달리 말하면 KIA에는 운도 조금 따랐다. 3-3으로 맞선 8회 선두 김주찬의 내야안타 때 나주환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공짜로 한 베이스를 더 갔다. SK는 최형우를 고의사구로 거르는 등 필사적으로 버텼으나 2사 1,3루에서 서동욱의 투수 앞 강습타구가 박희수의 글러브 속에 들어가지 않고 앞에 떨어지며 KIA가 결승점을 뽑았다.
KIA는 9회 김주찬이 적시타를 터뜨려 1점을 더 보탰고, 전날 37구를 던졌던 김윤동이 9회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하며 SK 추격을 저지했다. SK의 장타력을 고려하면 마지막까지 땀이 흐르는 경기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