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4·KIA)에게 프리에이전트(FA) 1년차 부진은 없었다. 오히려 개인 최고 시즌을 써내려 갈 기세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문턱에서 두 번 좌절했던 최형우의 첫 MVP 전선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
시계를 지난겨울로 돌려보자. 계약에 논란이 있었다. FA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0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잘하는 선수지만 너무 과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만만치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잘해도 KBO 현실상 100억 원의 몸값을 다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런 말은 쑥 들어갔다. 최형우가 진짜 100억 원의 몫을 해내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앞으로 딛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은 환상적이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5일까지 79경기에서 타율 3할7푼4리, 20홈런, 7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68을 기록 중이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최형우의 OPS는 리그 1위, 조정득점생산(wRC+)은 186.1로 역시 리그 1위, 추가기대승률(WPA)도 3.85로 리그 1위다. 막강한 공격력에 해결사 몫까지 했다는 증거는 숫자로 충분히 댈 수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팀의 80경기 중 79경기에 나서는 등 꾸준하게 활약한 덕에 이런 최형우의 팀 공헌도는 단연 리그 1위다.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벌써 5.68로 리그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야수 중 2위는 김재환(두산)으로 4.80이다. 3위 손아섭(롯데·3.86)과의 차이는 이미 상당 부분 벌어졌다. 야수 중에서는 독보적이다.
MVP 레이스에서도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정규시즌 MVP는 기본적인 활약이 중요할뿐더러, 여기에 팀 성적도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친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최형우가 있다. 여기에 역대 6번째 5시즌 연속 20홈런, 역대 신기록인 11경기 연속 타점(진행 중) 등 투표인단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기록도 방망이에 줄줄이 달고 있다.
최형우는 MVP 레이스에서 아쉬운 기억이 두 번이나 있다. 2011년에는 133경기에서 타율 3할4푼, 30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당시는 본격적인 타고투저가 시작되기 전이다. 야수 중에서는 독보적이었다. 여기에 MVP 후보에 함께 올랐던 당시 팀 동료 오승환(현 세인트루이스)이 최형우를 지지하며 단일화를 이뤘다. 하지만 당시 투수 3관왕이었던 윤석민(KIA)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MVP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역시 타율·타점에서 리그 1위를 휩쓸며 타격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달았다. 하지만 22승이라는 업적에 투수 3관왕, 그리고 정규시즌 우승 프리미엄까지 손에 넣은 더스틴 니퍼트(두산)에 밀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직 투수 쪽에서는 최형우의 확실한 대항마가 없다. 팀 동료 헥터 노에시가 13승 무패를 달리고 있으나 전체적인 인상에서는 최형우가 더 돋보인다. 현재 최형우의 타격 컨디션은 절정을 달리고 있다.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맞다. 앞으로 부상만 없으면 MVP 레이스의 절반은 돌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충분히 자격이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