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닝 12실점과 한 이닝 6득점. SK로서는 최악과 최상을 오간 하루였다. '빅 이닝'에 울고 웃은 SK가 힘겨운 역전승으로 마지막에 웃었다.
SK는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전을 18-17로 승리했다. 12-1로 여유있게 앞서던 SK는 5회 4피홈런 11피안타로 대거 12실점하며 균형을 내줬다. 그러나 12-15로 패색이 짙던 8회 대거 6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그야말로 극적인 경기였다.
SK로서는 역전승의 짜릿함에도 다시 떠오르고 싶지 않은 악몽을 꿨다. 시작은 스캇 다이아몬드였다. 다이아몬드는 이나 3회까지 3안타를 내주고도 탈삼진 세 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4회 2사 2루서 한승택과 이명기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1실점한 게 전부였다.
그 사이 SK 타선은 KIA 마운드에 12점을 폭격했다. 4이닝 1실점의 다이아몬드가 그 흐름을 이어갔다면 시즌 4승 사냥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5회 급격히 무너졌다. 선두 로저 버나디나에게 내준 볼넷이 화근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최형우에게 곧장 투런포를 내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치홍과 나지완의 연속 안타에 이범호가 3점포를 쏘아올렸다. 눈 깜짝할 새 5득점. 다이아몬드는 5회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며 마운드를 채병용에게 넘겼다.
다이아몬드는 지난 13일 문학 한화전서 5이닝 11피안타 6실점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종전 다이아몬드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이자 최다 피안타였다. 다이아몬드는 비록 1피안타 부족으로 최다 피안타 기록을 다시 쓰지는 못했지만 최다 실점의 굴욕을 맛봤다. 거기에 한 이닝 최다 실점 타이 기록의 불명예도 함께 썼다.
그 뒤 마운드에 오른 채병용도 SK 타선을 막기는 역부족. 채병용은 대타 신종길과 최원준에게 연이어 좌월 2루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1실점. 이어 이명기에게 우월 투런포를 헌납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실점.
채병용으로서는 지난해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채병용은 2016년 7월 29일 문학 KIA전서 8-10으로 뒤진 9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채병용은 이홍구에게 볼넷을 내준 뒤 강한울에게 볼넷, 김호령에게 몸 맞는 공을 내줬다. 세 타자를 상대해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무사 만루 위기를 남겨둔 채 마운드를 박희수에게 넘겼다.
그러나 박희수가 볼넷과 희생플라이, 2루타를 내주며 채병용의 자책점은 3점으로 늘었다. 0이닝 3실점의 수모. 1년이 지난 뒤 같은 장소, 같은 팀을 상대로 재현된 것이다.
뒤이어 올라온 문광은 역시 김주찬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곧장 버나디나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뒤이어 무사 1·3루, KIA는 나지완의 내야 땅볼과 상대 폭투를 묶어 두 점을 더 달아났다. 여덟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자 KBO리그 한 이닝 최다 안타 타이기록을 세우며 13-12 역전에 성공했다.
KIA는 이어 7회와 8회 각각 1점씩 보탰다. SK의 패색이 짙은 상황. 그러나 SK는 8회 다시 6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오히려 KIA보다 쉽지 않았다. SK는 김윤동 상대로 선두 정의윤이 안타, 한동민이 볼넷으로 살아나간 무사 1·2루, 김동엽이 인필드플라이, 제이미 로맥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네 개. 점수는 석 점 차였다. 그러나 SK는 이를 해냈다. 이재원이 좌중간 2루타로 주자 두 명을 모두 불러들이며 포문을 열었다. 14-15까지 추격한 SK.
SK는 볼넷 두 개를 더해 2사 만루, 나주환이 3타점 싹쓸이 3루타를 때려냈다. 역전 적시타였다. 이어 나주환은 후속 최정 타석에서 나온 폭투 때 홈을 밟았다. 8회 6득점으로 대역전에 성공한 것이었다.
SK는 9회에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가 선두 최형우에게 몸 맞는 공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박희수는 1사 후 나지완에게 역전 투런포를 내줬다. 스코어는 단 한 점 차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박희수는 역전 허용 없이 경기를 지켜냈다.
SK의 승리로 찍힌 마침표. 이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가 하얗게 불태운 하루였다. /ing@osen.co.kr
[사진] 인천=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