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개봉] '그 후', 자기변명과 자아성찰 사이에 선 '홍상수 월드'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7.06 06: 20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자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그 후'가 베일을 벗는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또다시 홍상수-김민희의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의 장편 영화로는 21번째 작품. 또다시 '홍상수 월드'가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줄거리: 출판사 사장인 봉완(권해효)은 부하직원 창숙(김새벽)과 위험한 불륜에 빠진다. 두 사람은 봉완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내 창숙은 유부남인 봉완과의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비겁하다"라는 말과 함께 출판사를 그만두고 만다. 아름(김민희)은 봉완이 헤어진 여자인 창숙의 자리에서 일하게 되고, 봉완의 불륜을 의심하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한 메모를 발견하고 분노해 회사를 찾아온 해주(조윤희)에게 첫 출근날부터 뺨을 맞는다. 
'그 후'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첫 출근한 신입 직원이 사장의 내연녀로 오해받으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부하직원과 사랑에 빠진 뒤 갑작스레 헤어져 상실감에 빠진 사장,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 증거를 포착하고 회사로 달려와 아무 죄 없는 직원의 뺨을 때리고 머리를 쥐어뜯는 아내, 내연녀로 오해받아 첫 출근부터 뺨을 얻어맞는 신입사원까지, 이 무슨 코미디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한 편의 시트콤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후'는 웃음이 터질만한 홍상수식 유머가 빼곡히 포진해 있다. 한층 가벼워진 톤 때문에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유쾌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흑백의 장면, 심각한 공기 속에 "너무 아름다운 분이세요", "사실 하나님을 믿어서요" 등 의외의 장면에서 터지는 의외의 대사들은 폭소를 유발한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등장하는 '지질한 남자'는 '그 후'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출판사 사장 봉완은 번드르르한 지식인으로 스스로를 포장하지만, 불륜이나 저지르는 '지질남'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후'가 전작들과 다른 것은 이 지질남을 대하는 시점이다. '지질남'들의 시선을 대표하고, 이들의 시점을 따라갔던 것과는 달리, '그 후'는 그 누구보다 순수한 여주인공, 아름의 시점을 따라가며 관객에게 새로운 지점을 선보인다. 
홍상수의 '뮤즈' 김민희는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더욱 아름답다. "모든 게 사실은 아름다울 것이라 믿는다"는 아름이 된 김민희의 변신은 매력적이다. 전작들처럼 여전히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여전히 불륜에 대해 자기변명하는, 혹은 자아성찰하는 홍상수 월드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관객에게는 여전히 '불호'에 가까울 수 있는 작품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가벼워지고 유쾌해진 홍상수 작품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필람 무비다. /mari@osen.co.kr
[사진] '그 후'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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