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불굴의 SK, 기적의 KIA 눌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05 22: 48

편의상 연속 안타를 기관총, 홈런을 대포로 표현하지만 이날은 그런 표현보다는 ‘핵전쟁’이라는 좀 더 과격한 단어가 더 어울렸다. KIA와 SK가 서로를 향해 맹렬히 포문을 열었다. 결과는 마지막까지 총구에 탄알을 남겨둔 SK였다. 기적의 KIA에 역전승을 거뒀다. 
역대 최고 팀 타율을 도전하는 KIA의 기세, 역대 팀 최고 홈런에 도전하는 SK의 기세가 5일 인천에서 대차게 맞붙였다. 양팀 모두 5회까지 끝나기 전 두 자릿수 득점에 도달하며 서로의 화력을 자랑했다. 양팀이 모두 큰 상처를 받은 채 맹렬한 타격전을 펼쳤다. SK의 대포 소나기에 숨을 죽였던 KIA는 딱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황을 뒤집었다. 그러나 홈팬들 앞에서 포기하지 않은 SK는 KIA의 불펜을 두들기며 재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6-15의 대패를 당했던 SK는 이날 초반부터 설욕전을 다짐하는 듯 했다. 팀이 자알하는 장거리포들이 연이어 대포를 쏘아댔다. 1회 한동민과 김동엽이 시즌 팀 8번째 백투백 홈런이 터지는 등 4점을 뽑았고, 3회에는 그간 포신이 막혀 있던 로맥까지 홈런을 터뜨리며 4점을 보탰다.

8-1로 앞선 4회에도 최정의 2루타에 이어 한동민의 2점 홈런이 나왔다. 김동엽 로맥의 연속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2루에서는 하위타선의 이재원 김성현까지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 화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SK의 선제공격이 끝나자 KIA의 반격이 이어졌다.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의 따끈따끈한 감을 유지하고 있었던 KIA는 5회에만 12점을 내며 SK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무사 1루에서 최형우의 2점 홈런, 무사 1,2루에서 이범호의 3점 홈런이 터진 KIA는 6-12로 뒤진 상황에서는 신종길 최원준의 연속 대타 작전까지 성공하며 1점을 보탰다. 이어 이명기가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쳤고, 김주찬의 안타에 이어 버나니다가 중월 2점 홈런을 치며 순식간에 1점차까지 추격했다. 종전 KBO 기록인 8타자 연속 안타를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은 KIA는 최형우 안치홍까지 안타를 치며 11타자 연속 안타라는 대기록을 썼다. 여기서 나지완의 유격수 땅볼과 폭투 때 1점씩을 보태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13-12에서는 7회 이범호가 적시타를 치며 1점을 도망갔다. 11타자 연속 안타, 12타자 연속 득점 모두 KBO 역사상 신기록이었다.
SK는 7회 2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KIA는 김윤동을 올려 최정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SK 대포의 불씨가 다시 붙는 것을 미리 막았다. 반대로 KIA는 8회 김주찬이 좌월 솔로홈런을 치며 차분히 도망갔다. 이날 SK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리는 순간이었다. 4일 경기에서도 대포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던 KIA가 SK에 보란 듯이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하지만 SK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힘이 더 들어갔다. KIA 불펜을 고이 놓아주지 않았다. 정의윤의 좌전안타와 한동민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마지막 찬스를 잡았다. 김동엽 로맥이 안타를 치지 못했으나 이재원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치며 1점차까지 추격했다. 이어 김성현 노수광이 연속 볼넷을 골라 2사 만루를 만들었다. KIA는 임창용을 올려 진화에 들어갔다. 
나주환은 임창용의 초구 2개에 모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3구째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치며 17-15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간 환호했던 3루측 관중석이 조용해지고, 1루측이 들썩였다. 이어 최정의 타석 때는 폭투까지 나오며 1점을 더 추가했다. 사실상 전쟁이 SK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KIA도 9회 나지완의 2점 홈런으로 마지막까지 추격했으나 승리에 이르지는 못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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