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고막남친’ 최낙타의 '19금 아찔송'을 아시나요?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7.05 15: 21

싱어송라이터 최낙타를 만났다. ‘고막남친’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했던 그다. 그런데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기자는 웃음보가 터져 거의 10여분 동안 질문을 하지 못했다. ’아를오오를아’라는 노래 제목이 뭔 뜻인지 물어봤다가 생긴 ‘봉변’(?)이었다. 지난해 10월 싱글로 발매돼 올해 4월 정규앨범에도 수록된 곡인데 가사는 이렇다.
‘아름다운 그 맘을 잊지 못해 내가 네 맘에 불쑥 들어갈 때 그 때 넌 날 보며 어떻게 하냐고 내 어깰 꽉 쥐고 인상을 썼었고 I love you pretty girl 넌 아마 모를걸 지금 내 모든 건 네 소리를 향하는 걸 조금 더 너에게 잘해보고 싶어 네가 좀 더 내게 표현하면 될 걸 / 내 말은 아를오 오를아 아를오 오를아 아마 모를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 그냥 말하기엔 조금 부끄러워서 여기에 숨겨봤어’
‘혹시 그 날 봄을 기억하니 우리 처음 맞는 봄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며칠째 혼자 설레 해가 뜰 때까지 못 잤어 / I love you pretty girl 넌 아마 모를걸 지금 내 모든 건 오늘 봄에 있는 걸 조금 더 너에게 잘해보고 싶어 오늘 봄을 못 잊게 만들고 싶어 / 내 말은 아를오 오를아 아를오 오를아 아마 모를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 그냥 말하기엔 조금 부끄러워서 여기에 숨겨봤어’

그냥 평범한 연애송처럼 들리지만, 가사 내용 그대로 ‘아를오 오를아 아마 모를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가 바로 기자의 심정이었다. 이에 대한 최낙타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맘’의 모음 ‘ㅏ’를 ‘ㅗ’로, ‘봄’의 모음 ‘ㅗ’를 ‘ㅏ’로 바꾸시면 돼요.”
헉. 싱그러운 봄바람과도 같았던 이 노래가 ‘맘’이 ‘몸’이 되고, ‘봄’이 ‘밤’이 되니 갑자기 야릇한, 아니 대놓고 ’19금’인 노래가 돼버렸다. 가사가 또 맞았다. ‘그냥 말하기엔 조금 부끄러워서 여기에 숨겨봤어’.
‘유스케’에서 수줍은 듯 말하던 최낙타의 곡 중에 이런 ‘아찔송’이 있었다니. 하지만 팬들은 ‘아를오오를아’가 발표되자마자 무슨 뜻인지 다 알았다고 한다. 이후 최낙타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혼비백산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 ‘아를오오를아’가 이렇게 ‘센’ 곡이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
“곡이 나오자마자 팬들이 알아챈 게 더 놀라웠다. 사실 이 곡에 발랄한 스윙리듬을 넣고 클라리넷 악기를 넣은 것도 그런 상상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설마 못찾겠지’ 그런 생각으로 올 가을에 발표하는 앨범에 그 힌트를 넣을 생각이었다.”
= 공연장에서 부르면 좀 쑥스럽겠다. 팬들도 그 속내용을 다 알고 있을테니.
“맞다.”
= 이석훈 존박 에디킴과 함께 출연한 ‘유스케’가 부제로 ‘위험한 오빠들’을 단 것도 이 곡 때문인가.
“잘 모르겠다(웃음).”
= 자, 이제 평범한 인터뷰로 돌아가보자. 최낙타는 어떤 뮤지션인가. 최대한 자세히 소개해달라.
“1990년생, 백말띠다. 고등학교 때 별명이 ‘낙타조’였다. 낙타와 타조를 닮았다나? 제가 말과 행동이 좀 느린 편이어서 결국 낙타로 귀착됐다. 기타는 중 2때부터 쳤고 고1 때 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배웠다. 기타 전공으로 대학(동아방송예술대 기악과)에 진학했다. 솔로 데뷔는 2013년 12월 싱글 ‘얼음땡’으로 했다.”
= 아, 그 커피숍 체인점 CF로 쓰였던 노래 말인가. 어떻게 데뷔 신인의 곡이 CF로 쓰이게 됐을까.
“저도 깜짝 놀랐다. 데뷔 싱글을 내놓고 이후 별로 한 게 없었는데 어느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잠결에 받았는데 ‘곡을 쓰고 싶다’고 하더라. 어리둥절하고 신기했다. 나중에서 알고 보니 CF 관계자가 제 공연에서 ‘얼음땡’을 들었다고 하더라. 어쨌든 6개월 계약을 맺고 CF송으로 쓰이게 됐다. 2014년 6월 얘기다. 지금까지 번 돈 중에서 그때가 가장 많이 받았다(웃음).”
= 솔로 데뷔전 ‘Room217’과 ‘빨간의자’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Room217’은 재즈 보컬이 주가 된 밴드로, 멤버는 모두 동아방송예술대 학생들이었다. 군대 제대후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앨범도 1장 내고 열심히 공연하고 그랬다. 하지만 형들이 결혼을 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빨간의자’는 지금처럼 어쿠스틱한 장르를 했던 밴드다. ‘얼음땡’도 이 빨간의자 시절에 만들어 공연 때 불렀던 곡이다. 물론 그 때는 팀의 보컬인 수경이 불렀다.”
= 기타를 정말 잘 치는 것 같다.
“대학 다닐 때는 존 스코필드 같은 재즈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재즈 공부를 많이 했다. 지금도 재즈 화성과 리듬을 곡에 많이 쓰고 있다. 물론 마니악하지 않게 말이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을 보니까 기타를 너무 잘 치더라. 말도 안되게 연습도 많이 하고. 내가 그 친구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다 ‘얼음땡’이 나오면서 싱어송라이터가 내게 더 맞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 노래 얘기를 해보자. 지난 4월 첫 정규앨범이 나왔다. 앨범제목 ‘조각, 하나’, 이게 무슨 뜻인가.
“올 가을에 나머지 ‘조각, 둘’이 나올 것이다. 4월 발매 앨범은 1집 A편으로 보시면 된다.”
= 수록곡 하나하나 설명을 들어보고 싶다. 우선 1번트랙이자 타이틀곡인 ‘Grab Me’부터. 후크가 상당히 센 곡이다.
“내가 먼저 고백하는 그런 성격이 아니니 네가 먼저 나를 잡아 당겨달라, 이런 내용이다. 제 성격이 이 노래의 화자를 꼭 닮았다. 참고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기술 중에도 상대편을 잡아 당겨 우리 팀으로 데리고 오는 ‘그랩’이라는 게 있다.”
= 뮤직비디오에 나온 여성은 누구인가. 매우 매력적이더라.
“사실 중학생이다(웃음). (같은 소속사 뮤지션인) 박준하 뮤비에도 출연했다.”
= 다음곡이 그 문제의 ‘아를오오를아’이고, 그 다음곡은 ‘유치’다.
“‘Grab Me’처럼 자극적인 후크는 없지만 제 감정을 구구절절 담았다. 갑자기 아침에 네가 생각나서 카톡을 뒤져봤더니 유치한 내용 뿐이라는 그런 노래다.”
= ‘으으’는 노래가 그리고 있는 상황이 마치 화면처럼 생생히 잘 그려지더라.
“잘 보셨다. 곡을 들으면서 그려지는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어느날 낮에 일어났는데 비가 와서 어둠침침했다. 그때 이 이불이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세사 이불 이미지를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 제목은 생뚱맞지만 기지개를 펼 때 내는 의성어다.”
= ‘쿡쿡’에서는 남자가 토라졌다.
“연애상대가 기분이 상해 토라져있을 때 ‘쿡쿡’ 찔러서 기분을 풀리게 하면 어떨까 싶었다. 곡에서는 남자가 토라졌고 여자가 쿡쿡 찌르는 상황이다. 조금은 찌질한 남자다. 사실 실제 연애에서는 이런 찌질함이 많지 않나.”
= 피처링한 안다은과는 어떤 관계인가.
“대학 후배다. 학번 차이가 나서 학교 다닐 때 만난 적은 없지만 졸업 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카톡으로 ‘다은씨 피처링해줄 수 있어?’ 했더니 쿨하게 ‘그래요’ 그러더라.”
= 마지막곡은 ‘Scene #6’다. 그러고보니 2015년 8월에 나온 EP ‘나빠나빠’에 ‘Scene #5’가 있었다. 이어지는 스토리인가.
cf. 이쯤에서 최낙타의 디스코그래피를 소개하면 이렇다.
= 2013년 12월 데뷔싱글 ‘얼음땡’ : 달자, 얼음땡
= 2014년 6월 싱글 ‘우리 그만 싸우자’
= 2015년 1월 싱글 ‘귀여워’
= 2015년 8월 EP ‘나빠나빠’ : 팔베개, 나빠나빠, 질투가 아냐, 야쿠르트 아줌마, Scene #5
= 2016년 5월 싱글 ‘사랑은 아무리 해도 어려워’
= 2016년 6월 싱글 ‘으으’
= 2016년 10월 싱글 ‘아을오오를아’
= 2016년 11월 싱글 ‘숨바꼭질’
= 2017년 4월 1집 ‘조각, 하나’ : Grab Me, 아를오오를아, 유치, 으으, 쿡쿡(feat. 안다은), Scene #6
‘내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늘 앉던 버스 창 가 자리에 앉아 있어 아무렇지 않은 듯 너의 집 앞을 지나가고 있어 이렇게 또 네가 생각나 / 내 마음은 흐릿해질 것 같고 늘 오던 밤들과 함께 옅어질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는 네 사진을 보면서 아마 넌 날 다 잊었겠지 만약 / 밤을 접을 수 있다면 그 날의 너와 지금의 날 나란히 포개어 놓고 날아가지 못하게 갈색 실로 널 묶어 놓을게 그 밤이 오질 않으면 내 맘 속 작은 방 안에다가 오늘의 얘기들을 담아서 닫아 놓을게 네가 오기 그 전까지만 한 걸음 더 가까이 / 밤을 접을 수 있다면 그 날의 너와 지금의 날 나란히 포개어 놓고 날아가지 못하게 갈색 실로 널 묶어 놓을게 그 밤이 오질 않으면 내 맘 속에 작은 방 안에다 오늘의 얘기들을 담아서 닫아 놓을게 네가 오기 그 전까지만 한 걸음 더 가까이 / 내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이렇게 우리는 또 멀어져가고 있어’(Scene #6 가사)
“비슷한 감정선이 있기는 하지만 시리즈처럼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곡은 후회에 관한 곡이다. 사람마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 포인트나 타이밍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헤어지자마자 힘들고 또 어떤 사람은 몇달이 지나서야 힘들어 한다. 이게 비극이다. 만약 (헤어지던 날의) 밤을 접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싶었다.”
= 현재 소속사(테이블사운드)와는 어떻게 연이 닿았나.
“고등학교, 대학교, 학원까지 같이 다닌 1년 선배가 먼저 회사에 들어갔고, 그 형의 공연에 게스트로 갔었는데 이 때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대표님(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이 밥 사주겠다고 하셔서 만났는데 뜬금없이 ‘저희랑 같이 하시죠?’ 하더라.”
= 취미가 축구라고 하던데.
“주 3회 정도 플레이한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가 트래핑 같은 기술을 많이 알려주셨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챔스(UEFA 챔피언스리그)를 현지에서 구경하는 것이다.”
= 아버지(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최재성 전 국회의원)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개인 사업 하시느라 바쁘시다.”
= ‘고막남친’ 별명은 어떻게 생겼나.
“2014년부터 주위에 ‘고막남친’으로 소개하고 다녔다(웃음). 당시 SNS를 뒤져보니 ‘고막남친’이라는 해시태그가 3,4개밖에 없더라. 그래서 제 타이틀로 쓰게 됐다.”
= 올해 계획을 들어보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수고하셨다.
“7월23일 어반뮤직페스티벌, 9월9일 그린플러그드경주에 참여한다. 아직 발표 안된 페스티벌도 2개 더 있다. 8월에는 단독공연(왓에버. 8월19,20일, 8월26,27일)도 있다. 현재는 다른 아티스트 곡 작업을 하고 있고 OST 의뢰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아까 말한 대로 가을에는 1집 B파트가 나올 것이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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