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SK 퓨처스팀(2군) 훈련 시설이 있는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는 한바탕 승강이(?)가 벌어졌다. 훈련을 하겠다는 선수와, 이를 말리고 설득하는 코칭스태프의 기 싸움이었다. 박승욱(25·SK)이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박승욱은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군에 내려왔다. 현재 SK의 시스템상 1군에서 말소된 선수는 곧바로 2군 경기에 나서는 것이 아닌 정비 시간을 갖는다. 지친 몸과 마음을 살피라는 배려다. 그런데 박승욱이 이 시스템을 정면으로 거슬러 첫 날부터 훈련을 하겠다고 코칭스태프를 조른 것이다. 그런 코칭스태프는 박승욱을 만류하기 바빴다. 훈련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히려 강훈련은 해가 될 수 있었다.
SK는 5월 말부터 박승욱의 미묘한 몸 상태 변화를 주시했다.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이상징후가 드러났다. 살이 빠지면서 전반적인 체성분 수치가 시즌 초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체력적으로 이상이 생겼다는 징후였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인 박승욱도 “시즌 초에 비하면 7㎏ 정도 빠졌다. 빠지면 잘 안 찌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힘이 떨어지자 공·수 모두에서 활기가 없어졌다.
박승욱은 SK의 차세대 내야수로 기대를 모으는 자원이다. 재능과 공수 종합적 자질 하나만 놓고 보면 현재 SK의 젊은 내야수 중 단연 ‘No.1’이다. 아무도 부인하는 이들이 없다. 대니 워스의 부상 퇴출로 예상보다 기회도 일찍 왔다. 그러나 시즌 초반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결국 경험이 더 많고 수비가 안정적인 나주환에게 자리를 내줬다.
백업으로 밀려도 몸이 편한 게 아니었다. 경기 전 코칭스태프와 강도 높은 별도의 훈련을 했다. 철저히 박승욱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주전 선수 못지않은 운동량이었던 셈이다. 결국 SK는 박승욱을 2군에 내려 휴식과 함께 부족한 점을 보완하도록 했다. 어차피 반드시 써야 할 자원인 만큼 후반기를 내다본 선택이었다. 지금은 나주환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착안했다.
김무관 SK 퓨처스팀 감독은 “어차피 다시 1군에 올라가야 할 선수다. 다만 여기서 기술적이나 체력적으로 정비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면서 “경기에 나가 감각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비디오 영상을 많이 보며 잘못된 점을 찾고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코칭스태프가 많이 도와줄 생각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1군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예고했다.
박승욱도 아쉬움은 있지만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각오다. 자신의 모습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변명은 없다. 깨끗하게 인정하고 앞을 보기로 했다. 박승욱은 “이미 엎지른 물 아닌가. 실수를 저지른 것은 반드시 내가 주워 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어린 시절부터 투지는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은 박승욱의 얼굴에는 또 한 번 비장함이 엿보였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박승욱의 콜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내야 자원이 부족해서다. 박승욱 대신 1군에 올라간 최항은 유격수 투입이 어렵다. 행여 나주환이 경기에 나서지 못할 상황이 되면 김성현이 유격수를 봐야 하는데 경기 중간에 교체할 유격수가 없다. 최항, 제이미 로맥의 2루 수비가 검증된 것도 아니라서 결국은 유격수 자원이 하나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따져도 박승욱은 SK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임이 잘 드러난다.
힐만 감독은 “박승욱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2군에서 잘 해주고 있다. 매일 매일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고 조만간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을 시사했다. 1군 복귀 후 자신의 다짐대로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지, 미래 SK의 화두 중 하나가 다시 떠올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