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끔 덕아웃에 있으면 웃음 밖에 안 나온다니까요. 신기해서요. 저희도 어이가 없어요” (최형우)
KIA 핵심타자인 최형우(34)는 최근 팀 타선의 폭발에 대한 질문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KIA는 지난 6월 27일 광주 삼성전부터 4일 인천 SK전까지 무려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KBO 리그 종전 기록(2015년 롯데·NC 4경기)을 훌쩍 넘어섬은 물론, 한미일 최고 기록이었던 1929년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의 6경기마저도 깨뜨리는 대업이었다.
그 핵심에 있는 최형우는 4일 경기를 앞두고 이 기록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타자들은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확률적으로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말이었다.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실질적으로 두 자릿수 득점이 나올 확률을 대입해 7경기 연속이 나올 가능성을 산출하면 0%에 수렴하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KIA는 사실상 없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런 최형우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곰곰하게 생각하더니 “그냥 결론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과학적인 설명(?)을 포기했다. 말투에는 ‘설마 7경기가 가능하겠느냐’라는 심정까지 읽혔다. 하지만 그런 최형우부터 시작, KIA 타선은 또 터졌다. 마치 KIA 타선에 불가능은 없는 듯 했다.
KIA 타선은 4일 경기에서도 과학이나 통계를 비웃는 화끈한 타격감을 선보였다. SK 에이스 메릴 켈리를 상대로 1회 4점, 2회 5점을 내며 일찌감치 경기 주도권을 가지고 오더니 4회 나지완의 적시타로 기어이 10점을 채우고 한미일 신기록을 썼다. 이날 KIA는 사실상 승부가 갈린 6회 이후로는 사실상 내일 경기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홈런 두 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SK 마운드를 폭격했다. 15득점이었다.
KIA는 이 7경기 동안 팀 타율이 무려 4할1푼8리, 팀 OPS(출루율+장타율)가 1.132에 이르렀다. 홈런 12방을 포함, 7경기에서 나온 안타만 119개였고 94득점을 뽑았다. 4월 한 달 동안 kt가 25경기에서 낸 점수가 78점, 5월 한 달 동안 LG가 24경기에서 낸 점수가 99점이었다. KIA 타선이 얼마나 달아올랐는지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좋은 타자의 조건인 3할을 치고도 적어도 이 기간 중에는 명함조차 못 내민다. 최형우(.600), 이범호(.480), 서동욱(.476), 이명기(.469), 김선빈(.464), 버나디나(.429), 김주찬(.414)이 4할 이상의 타율로 타올랐다. 여기에 4일 경기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던 나지완와 김민식까지 멀티히트 대열에 동참하며 방점을 찍었다. 어디서 터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짜임새다.
이런 KIA 타자들의 가공할 만한 방망이에 상대 마운드는 녹아내렸다. 특히 각 팀을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록지가 지저분해졌다. 데이비드 허프(7이닝 4실점)나 헨리 소사(5⅔이닝 7실점)는 지나고 보니 그나마 선방한 축에 속했다. 앤서니 레나도(5⅓이닝 9실점), 재크 페트릭(2이닝 14실점), 메릴 켈리(2이닝 9실점)는 평균자책점이 눈에 띄게 치솟을 정도로 복구 불가능한 내상을 입었다. 상대 마운드로서는 납량특집보다 더 무서운 충격과 공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