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이후 오랜 기간 침묵에 빠졌던 박병호(31·미네소타)가 기지개를 켰다. 서서히 터지는 장타가 후반기 미네소타 구상에 틈새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로체스터에서 활약 중인 박병호는 4일(이하 한국시간) 르하이밸리(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와의 원정 경기에서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첫 두 타석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으나 세 번째 타석에서 43일 만의 홈런 손맛을 봤다. 이후 두 타석에서도 모두 총알 같은 타구로 안타를 만들며 살아나는 감을 알렸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을 쉰 박병호는 복귀 후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재활 기간 중 타격 매커니즘이 무너졌다. 실전 감각도 바닥이었다. 6월 15일에는 타율이 1할8푼9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6월 중순 이후로는 완벽히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진출 후 최다 기록인 10경기 연속 안타(6월 23일~7월 2일)를 기록하기도 한 박병호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3할8푼9리(36타수 14안타)에 이른다.
트리플A 무대에서도 보름 이상의 기간 동안 이 정도 고타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14안타 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섞여 나온다는 점은 더 반갑다. 2루타 3개, 3루타 1개가 나왔고 드디어 4일 경기에서 값진 홈런이 터졌다.
우완 콜튼 머레이의 94마일(151㎞) 빠른 공이 다소 낮게 들어왔는데 이를 걷어 올려 라인드라이브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발휘했다. 코카-콜라 필드의 중앙 담장까지 거리는 410피트(125m)다. 현지 중계진도 감탄을 마지않은 괴력이었다. 방망이 끝을 좀 더 눕히고 왼발을 살짝 들어 타이밍을 맞히는 모습은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물론 당장 메이저리그(MLB) 콜업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40인 바깥에 있는 박병호는 여전히 콜업에 불리하다. 미네소타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벌이며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직은 박병호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케니스 바르가스(27)의 더딘 성장세다.
바르가스는 4일 트리플A로 다시 내려왔다. 올 시즌 콜업과 강등을 반복하고 있다. 바르가스는 6월 한 달 동안 17경기에서 타율이 2할에 머물렀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569였다. 특히 6월 중순 이후로는 이보다도 못한 성적을 냈다. 기대 이하였다.
이에 미네소타는 바르가스에게 재정비의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바르가스의 반등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다. 44경기에서 156타수의 적지 않은 기회를 얻었지만 OPS는 0.681이다. 지역 언론인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은 5일 "박병호를 북쪽으로 부르지 않은 것은 바르가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지만 바르가스의 활약상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네소타는 또 다시 13인 투수 체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이를 시즌 끝까지 운영하기는 무리가 있다. 언젠가는 다시 야수 한 명을 올려야 한다. 바르가스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체스터에는 바르가스보다 타격감이 좋은 몇몇 선수들이 있다. 후반기에는 이들이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도 이제 그 후보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즌 타율은 그렇게 큰 의미는 없다. 야수 한 명을 부를 시점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우선권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박병호는 현재의 감을 계속 이어가며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타율보다는 장타 측면에서 자신의 힘을 더 어필할 필요가 있다. 장타 생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인 가운데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이기에 기대는 걸린다. 길게 보고 버티는 심리적 강인함은 기본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