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 22연승을 기록 중인 두 외국인 에이스의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두 선수 모두 최고의 투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승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SK와 KIA는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시즌 6차전에 에이스 카드를 내세웠다. SK는 9연승 기록 중이자 6월 최고의 투수였던 메릴 켈리를, KIA는 선발 13연승을 내달리고 있었던 헥터 노에시를 선발로 냈다. 이른바 ‘ACE-OFF’(특급 에이스들의 맞대결을 의미)의 가장 좋은 매치업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흥미로운 선발 맞대결이었다.
두 선수 모두 리그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는 투수들이다. 리그 최고 투수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 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둘 중 하나는 연승이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더 중요한 한 판이었다.
지난해부터 4번의 맞대결 전적이 있는 두 에이스였다. 첫 맞대결은 2016년 7월 13일 광주 경기. 치열한 투수전에 두 선수 모두 승리는 없었다. 헥터는 8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던지며 3실점(2자책점), 켈리는 6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다만 경기는 막판 타격이 힘을 낸 KIA가 가져갔다. 켈리의 실점이 더 적었지만 헥터가 8회까지 버틴 것을 고려하면 무승부였다.
7월 31일에는 인천에서 리턴매치가 열렸다. 당시는 헥터의 승리였다. 헥터는 9회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5실점하기는 했지만 127구 완투승을 거뒀다. 켈리는 5⅓이닝 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8월 31일 광주 경기에서도 7이닝 5실점의 헥터가 4⅓이닝 6실점(5자책점)으로 부진했던 켈리에 완투승을 거뒀다.
그러나 마지막 맞대결이었던 9월 6일 인천 경기에서는 켈리가 역투를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당시 헥터는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켈리는 8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전보를 전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두 선수의 네 차례 맞대결 성적은 헥터가 2승1패1무로 약간 앞서 있었으나 그 차이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다섯 번째 맞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KIA 타선이 1회부터 켈리를 두들겨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켈리는 이날 최고 150㎞의 공을 던졌지만 전체적으로는 평균구속이 떨어졌다. 여기에 제구까지 난조를 보였다. 막강한 KIA 타선을 상대로 승부구의 제구가 잘 됐어야 했는데 계속 가운데로 몰리며 KIA 타선에게 장타를 허용했다.
1회부터 3안타와 폭투로 3점을 내준 켈리는 나지완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고 1회에만 4실점했다. 2회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1사 후 김민식에게 2루타, 이명기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고 김선빈의 볼넷, 버나디나의 적시타, 그리고 최형우의 중월 3점 홈런이 쉴새 없이 나오며 2회까지 9실점했다. 결국 SK 벤치는 켈리가 더 던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3회 시작과 함께 김태훈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켈리가 선발로 나서 2이닝밖에 던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9실점도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8실점)을 뛰어넘는 최악의 투구였다. 켈리로서는 악몽의 하루였다.
헥터도 1회 나주환에게 솔로포, 2회 김동엽에게 투런포를 맞는 등 사실 내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4회까지 모두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했다. 그러나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한 끝에 6이닝 9피안타(2피홈런) 4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많은 출루를 허용했지만 고비를 잘 넘기며 대량실점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요소였다. 이미 점수가 5회까지 15-3으로 벌어진 상황이라 굳이 헥터가 7회 마운드에 오를 이유는 없었다. ACE-OFF는 그렇게 5회도 가기 전에 헥터의 완승으로 종료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