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활약을 하고 있는 박정배의 5회 투입은 날씨가 고려됐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상황 판단이 어쩌면 1승을 챙긴 셈이 됐다.
SK는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6-5, 5회말 강우콜드 승리를 거뒀다. 사실 우여곡절이 있었다. 6-2로 앞선 5회에 선발 박종훈과 두 번째 투수 김태훈이 나란히 흔들리며 3실점했다. 여기에 2사 만루 상황으로 삼성이 동점 내지 역전까지 갈 수도 있었다. 여기서 SK는 강수를 썼다. 필승조 요원으로 주로 7~9회에 나서는 박정배를 조기 투입한 것이다.
여기서 박정배는 김헌곤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급한 불을 껐다. 공교롭게도 가늘었던 빗줄기는 SK의 5회말 공격이 시작되자 거세지기 시작했다. 결국 5회 1사 최항의 타석에서 경기가 중단됐고, 약 40분 정도를 기다린 심판진은 이미 많은 비로 물바다가 된 경기장 사정과 향후 기상여건을 고려해 강우콜드 게임을 선언했다.
만약 삼성이 동점이나 역전을 만들었다면 이 경기는 SK의 5회 공격이 모두 끝난 상황이 아니라 강우콜드가 아닌 일시중단경기(서스펜디드) 처리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결국 박정배를 조기투입한 힐만 감독의 선택이 적중한 셈이었다. 그 배경은 날씨를 미리 읽고 있었던 것이었다.
힐만 감독은 4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당시 경기 상황에 대해 “레이더 영상을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전 레이더 영상을 숙지하고 들어갔고, 언제쯤 비가 쏟아질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예상을 하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힐만 감독은 “박정배의 투입은 날씨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날씨 변수에 대해) 투수 코칭 파트에서 관리 방안을 많이 연구했고, 최상덕 불펜코치가 박정배를 빨리 준비시켜 준 덕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최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SK는 당초 2일 경기는 비로 취소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됐고 힐만 감독은 날씨 변수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셈이다. 사실 당초 예보에는 4일부터 6일까지 열릴 KIA와의 3연전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었으나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하루 전 예보가 ‘맑음’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힐만 감독은 “바닷가가 있는 나라에서 50%만 맞춰도 잘 예보하는 것 같다. 어쨌든 내 일은 날씨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고 웃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