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뺀 인간 이효리, 솔로 14년만에 찾은 본연의 '블랙' [종합]
OSEN 김은애 기자
발행 2017.07.04 15: 13

이효리하면 항상 웃는 모습에 털털한 입담이 바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용기있게 끄집어냈다. 바로 '블랙'
이효리가 솔로로 데뷔한지 14년만에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찾은 것이다. '유고걸'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그는 아티스트로서 도약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효리는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정규 6집 '블랙' 발매기념 쇼케이스를 가졌다. 무려 4년만의 컴백.

이효리는 "그동안 제주도에서 편하게 지냈다. 요가도 하면서 여유롭게 보냈다. 복잡한 생활을 안하다가 바쁘게 활동을 하니 재밌으면서 정신이 없다. 오랜만에 플래시 세례를 받으니 좋다"고 털어놨다.
이번 'BLACK'은 이효리가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생활하며 받은 영감들을 담았다. 이효리 본인이 수록곡 10곡 중 9곡을 작사, 8곡을 작곡해 음악적 역량을 입증했다.
이효리는 "컴백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나도 내 자신 스스로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후배들과 경쟁도 하고 싶고 여러분 앞에서 노래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타이틀곡 ‘Black’은 이효리가 작사, 김도현과 공동 작곡한 록 기반의 댄스곡이다.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장 베이직한 컬러인 블랙에 비유해 표현했다. 날카로운 기타 사운드와 힘있게 받쳐주는 드럼, 베이스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 곡이다.
이효리는 "나를 설명하는 수식어들 중 컬러들이 많더라. 예전 활동할 때도 화려하게 활동을 하긴 했다. 그런 것들을 걷어냈을 때 나는 어떨까,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줄까 궁금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항상 밝은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밝을 순 없다. 나의 어두운 모습을 용기있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나의 좋은 면만 부각시키기 보다는 나의 진짜 모습, 깊은 내면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효리는 미국 LA 사막에서 'BLACK'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이효리의 멋있는 퍼포먼스와 광활한 풍경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효리는 "미국 사막에서 촬영을 했다. 사우나에 있는 기분이었다. 태양의 기운을 제대로 받았다"며 "감독님이 사막에서 내가 혼자 있으면 멋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거친 사막같은 연예계에 내가 오아시스 같은 의미를 부여했지만 사실 그냥 멋있을 것 같아서 찍었다"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Black’을 비롯해 선공개곡 'Seoul', ‘변하지 않는 건’, 이적이 참여한 ‘다이아몬드’ 등 총 10곡이 수록됐다. 
이효리는 지난 6월 28일 '서울'을 선공개하며 컴백분위기를 예열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서울이 우울했을 때 쓴 곡이다.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 등에 영감을 얻었다. 우울한 마음을 담아내려 했다. 만약 서울에 신나는 일이 있었으면 즐거운 곡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효리는 이번에 수록곡 '화이트 스네이크' 등을 통해 싸이커델릭레코즈 로스, 앱신트 등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끌어주고 싶더라. 그 기회를 내가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도움을 주려했지만 막상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이효리의 '유고걸' 같은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을 터. 이효리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않았다. 수록곡 'LOVE ME'는 '유고걸'과 비슷한 분위기로 강렬한 타이틀곡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이효리는 "많은 분들이 '유고걸' 같은 분위기를 원하시더라. 그러나 이번에 '유고걸'과 같은 느낌을 하고 싶진 않았다. 아티스트로서 도약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효리는 이번 앨범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곡으로 '변하지 않는 건'을 꼽기도 했다, 그는 "동네 초등학생들이 내가 가수인지 모르더라. 요가선생님인 줄 알더라. 한때 잘나가고 했지만 눈에 안보이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것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효리는 이번 앨범에서 화려함을 한층 덜어내 눈길을 끌었다. 최정상 스타에서 편하게 내려놓은 것이다. 그는 "이제 화려해도 예쁘지 않을 것이라고 깨달았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덜어낸 것 같다"며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던 것은 섹시한 비주얼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고 이효리가 4년만의 컴백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그는 "내가 그동안 팬들에게 무심했다. 과연 음악방송 때 팬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 여자연예인이다보니 비주얼적인 부분이 염려가 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4년간 제주도에서 지내며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 예전에는 앨범도 무조건 내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내 주변의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한 이효리는 많이 바뀐 가요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빨리 바뀌더라. 내가 좋은 시절에 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예전에는 예능을 하고 컴백을 했다. 이젠 예능과 컴백을 같이 하니 앨범이 묻히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화려함을 빼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효리. 그는 "소길댁, 가수, 예능인 등 나의 다양한 정체성이 좋다"고 자부했다. 과연 이효리가 4년만에 돌아온 가요계에서 어떤 기록을 써내려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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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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