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잊고 다시 시작” 차분히 기다렸던 신본기의 반등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7.04 07: 02

“모두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죠.”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신본기(28)는 시즌 초반 지독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타격적인 면에서 3할 타율에 20홈런 이상의 성적을 바라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경찰청 군 복무 이후 1군 무대로 돌아와 타율 3할9리 1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6의 성적을 남겼던만큼 수비적인 능력 외에 공격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기여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신본기의 시즌 초반은 암담했다. 특히 공격에서는 잘 맞은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향하거나 호수비에 걸리면서 신본기는 고개를 떨구는 일이 많아졌다. 타격 슬럼프로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5월까지 신본기의 타율은 1할3푼6리에 불과했고,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 역시 1할7푼7리로 자신의 통산 평균(0.274)보다 1할 가까이 떨어졌다. 신본기는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잠시 2군행을 통보 받기도 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신본기는 차분하게 기다렸고, 언젠가는 그동안 억울하게 잡혔던 타구들이 나이게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결국 신본기는 6월 이후, 타율 2할8푼6리(77타수 22안타) 2홈런 12타점으로 살아나기 시작 했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 3할6푼8리(29타수 7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하위 타선의 뇌관으로 살아났다. 1할대에서 허덕이던 시즌 타율도 이제는 2할을 훌쩍 넘어 2할1푼9리까지 올랐다. 현재 11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고 있기도 하다.
신본기는 최근 타격 상승세에 대해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적인 면에서 빠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집중하려고 했다. 지금은 투수의 손 끝에서 날아오는 공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억울했던 타구들에 대해서도 속이 상할 법 했다. 그는 “타율이 좋지 않으니 원망스럽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다”면서 당시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기다리면 다시 내 것이 된다는 마음으로 상황들을 대처해갔다. “그런데 시즌 초반에 잘 맞았던 타구들이 결국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빗맞은 것들이 안타가 되고 하면서 내게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말한 신본기다. 안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것 없이 기다리다보면 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초연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유지해 나갈 생각이다. 신본기는 “타율은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 조급해질 수 있으니까, 지금 스윙의 결과만 생각하고 차분하게 해나갈 것이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내야진에 안정감을 심어주고, 하위 타선에서 일격을 가해주는 신본기의 존재로 인해 롯데의 상승세도 뒷받침 될 수 있었다. 현재 6연승의 시작이었던 지난달 24일 잠실 두산전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도 신본기였다.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준 신본기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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