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만이다. 세인트루이스 불펜의 두 축인 오승환(35)과 트레버 로젠탈(27)의 경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최근 불펜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이 심각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3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세인트루이스 불펜은 8승16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4.41을 합작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1위에 처져 있다.
당초 세인트루이스 불펜은 큰 문제 없이 한 시즌이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다. 마무리 오승환이 건재한데다 부상이 있었던 전직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여기에 좌완 셋업맨 브렛 시슬을 영입해 케빈 시그리스트에 걸리던 부담감을 덜었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3.62로 리그 4위였다.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승환과 로젠탈이 동반 부진에 시달렸고, 여기에 초반에는 시그리스트와 시슬까지 제 몫을 못하며 집단 붕괴 위기에 놓였다. 6월에는 더 심각해졌다. 시슬이 조금 나아지자, 이번에는 오승환과 로젠탈이 위기다. 마무리 오승환은 6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5.73, 로젠탈은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15를 기록했다.
결국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의 고정 마무리 구상을 해체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마무리 교체를 말하지는 않았다. 로젠탈도 믿음을 주는 투구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집단 마무리 체제를 꾸릴 전망이다. 시슬과 마이크 보우먼까지 합쳐 경기 상황에 맞게 ‘마지막 투수’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를 다시 마무리로 쓸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의 개막 마무리는 로젠탈이었다. 2014년 45세이브, 2015년 48세이브를 거둔 실적이 확실한 투수였다. 그러나 시즌 내내 부진이 계속되자 결국 매시니 감독은 7월이 시작되자 칼을 꺼내들었다.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으로 갔다. 그리고 오승환은 7월 3일 첫 세이브를 거둔 뒤 19세이브를 수확했다. 올해 개막 마무리도 오승환이었다. 상황 역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한다. 다만 오승환에게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다. 로젠탈 또한 부진하기 때문이다. 6월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오승환이 더 좋았다. 블론세이브라는 인상이 더 크기는 했지만 로젠탈도 세이브 상황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로젠탈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4.45다.
로젠탈은 주자가 없을 때의 피안타율이 1할9푼7리로 오승환(.297)보다 낫다. 그러나 주자가 있을 때는 오승환보다 더 흔들린다. 득점권 상황시 로젠탈의 피안타율은 3할4푼8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2.17에 이른다. 반대로 오승환은 득점권 상황시 피안타율이 2할4푼4리로 좋다. 결정적인 순간 피홈런만 줄이면 여러 지표상 로젠탈보다 못할 것이 없다. 다시 경쟁으로 돌아간 오승환이 힘을 찾아 마무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