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볼티모어)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분위기다. 반등하지 못한 김현수의 후반기 전망도 어두워졌다.
김현수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다. 상대 선발이 좌완 브랜트 수터라는 점에서 선발 제외는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경기 끝까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6월 29일 토론토전에서 선발 출전한 이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고, 그 후로는 교체로만 두 경기에 나갔다.
결국 6월에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프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팀의 여전한 좌우 플래툰에 트레이 맨시니라는 특급 신인이 입지를 넓히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4월에는 13경기에서 35타수, 5월에는 11경기에서 26타수 소화에 머물렀다.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에 타격 리듬과 메커니즘까지 흔들리며 성적도 처졌다.
기회는 있었다. 6월 들어 주전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다. 맨시니의 1루 출장 비중이 높아지는 대신 그만큼 외야에 자리가 생겼다. 김현수는 그 틈을 타 선발 출전 빈도를 높여갔다. 6월에는 4월과 5월보다는 많은 21경기에서 46타수를 소화했다. 성적도 어느 정도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6월 말까지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했다.
김현수는 6월 46타수에서 타율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 4월 2할5푼7리, 5월 2할3푼1리를 기록했던 김현수는 6월 타율이 2할1푼7리까지 떨어졌다. 출루율(.275)이나 장타율(.239)도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출전 기회를 얻기에는 부족한 성적이었다. 김현수의 성실한 훈련 태도를 칭찬한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도 많은 기회를 주기는 어려웠다.
그 결과 김현수의 팀 공헌도는 올 시즌 미비한 수준이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김현수의 올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0.3까지 떨어졌다. WAR이 마이너스 수치라고 해서 그 선수가 MLB에서 뛸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통계적인 대체선수급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분명 김현수의 전반기 활약이 미비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스윙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신의 강점이었던 코스와 구질에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공을 띄우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오히려 변화가 김현수의 장점까지 갉아 먹은 모양새다.
앞으로도 문제다.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는데 버스 한 대는 지나갔다. 제한된 기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데이비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지는 더 좁아진다. 일단 차분하게 정비하며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