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외인들, 완주 걸린 운명의 보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04 05: 48

“외국인 선수들끼리는 팀을 불문하고 그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단어 중 하나는 ‘7월 31일’이다”
외국인 업무에 한 정통한 관계자는 7월이 외국인 선수들의 신경이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라고 귀띔한다. 이유가 있다. 교체 때문이다. KBO 리그 규정상 외국인 선수의 교체는 시기에 큰 제약이 없다. 그러나 7월 31일까지 등록된 새 외국인 선수만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다. 교체 생각이 있는 구단이라면 이 전에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러면 늦어도 7월 20일 정도까지는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들로서는 7월까지만 버티면 올해 잔여연봉은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이런 양자의 계산이 맞부딪히는 7월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놓고 가장 치열한 고민이 이어지는 시기다. 올해도 이런 고민을 떠안을 만한 몇몇 팀들이 보인다.

포스트시즌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서울 세 팀(넥센·두산·LG)은 7월 내내 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각자 하나씩 아픈 이가 있다. 넥센은 타자 대니 돈이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2군에 있다. LG는 부진으로 교체설이 대두됐던 루이스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두산은 지난해 18승을 거둔 마이클 보우덴의 몸 상태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대니 돈은 올해 극심한 부진 끝에 17경기 출전에 머물고 있다. 17경기에서 타율 1할2푼5리에 그쳤다.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 1군 말소만 벌써 세 차례고, 6월 9일 세 번째 말소 이후로는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교체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션 오설리반을 제이크 브리검으로 바꾸면서 교체 카드를 한 장 쓴 넥센이다. 앤디 밴헤켄도 불안해 쉽사리 교체 카드를 쓰지 못했는데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 왔다.
LG도 마찬가지다. 히메네스는 올 시즌 51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 7홈런, 30타점에 머물렀다. 팀 타선이 강한 편이 아니라 외국인 타자의 몫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했으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여기에 발목 부상으로 6월 3일 말소됐다.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 당초 예상이었던 6주보다는 빨리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결국 복귀 직후 타격 성적이 LG의 선택을 가를 전망이다.
두산은 보우덴의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보우덴은 어깨 통증으로 올 시즌 2경기 출전에 그쳤다. 4월 27일 넥센전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재활 및 퓨처스리그(2군)에서 감각 점검을 마친 보우덴은 2일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비 때문에 4일로 밀렸다. 앞으로 1~2경기 등판에서 난조를 보이거나, 혹은 어깨에 다시 문제가 생길 경우 교체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잇따른 악재에 고전 중인 두산은 지난해와는 달리 팀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5위권을 추격 중인 롯데도 칼을 빼들 시점이 왔다. 브룩스 레일리, 닉 애디튼, 앤디 번즈까지 세 명의 외국인 선수에 모두 불안감이 있다. 롯데는 시즌 전 갑작스레 팀을 이탈한 파커 마켈 탓에 이미 교체카드 한 장을 썼다. 최근 그나마 살아나고 있는 레일리도 예전만 못하고, 애디튼은 13경기에서 2승7패 평균자책점 6.71에 머물고 있다. 일단 애디튼에 가장 짙은 빨간 불이 들어온 가운데 포스트시즌 도전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뽑힌다.
나머지 팀들은 일단 관망세다. 외국인 선수들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팀도 있고, 고액의 연봉 때문에 교체가 부담스러운 팀도 있다. 여기에 7월 외국인 선수 시장은 시즌 전보다 풀이 좁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외국인보다 더 나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경우도 있다. 부상이나 기타 다른 문제만 아니라면 안고 갈 가능성이 높다. 금전적 문제도 부담이다.
KIA는 팻 딘이 다소 부진했으나 최근 살아났다. 대권도전에 나설 KIA가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간 식었다. 2위 NC는 외국인 선수의 기량보다는 부상이 관건이다. 다행히 제프 맨쉽, 재비어 스크럭스 모두 복귀를 앞두고 있다. 3위 SK는 제이미 로맥의 타격감이 문제다. 그러나 이미 외국인 타자 한 자리를 바꿨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살려 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긴급상황이 터지지 않는 이상 세 팀의 외국인 교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한화는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워낙 몸값이 비싼 선수들이고, 이미 외국인 시장에 많은 돈을 쓴 만큼 복귀를 기다릴 전망이다. 올 시즌 건강했을 때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하위권에 처진 삼성과 kt는 이런저런 사정에 더해 교체에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머리가 더 아프다. 차라리 내년 외국인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