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너무 큽니다".
한화 하주석(23)은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급성장하며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적잖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웨스턴리그 소속인 KIA 김선빈(28)의 벽이 너무 높았다. 리그 1위 KIA 선수들에게 표심이 쏠리고 있는 이번 올스타 투표에서 김선빈은 빼어난 개인 성적까지 더해 웨스턴리그 유격수 최다득표를 받았다.
하주석은 "2년 전 상무 시절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나갔지만 1군 올스타전은 한 번도 경험이 없다. 최고 선수들이 뛰는 올스타전에 기회가 되면 나가보고 싶지만 선빈이형이 너무 잘하고 있다. 기록도 좋아서 나와는 차이가 너무 크다"고 인정했다.
하주석은 올 시즌 76경기 타율 3할8리 94안타 8홈런 38타점 47득점 5도루 OPS .830을 기록 중이다. 수비 실책도 6개뿐이다. 리그 전체 내야수 중 가장 많은 655⅓이닝을 수비하며 체력 부담이 클 법도 하지만 날이 더워질수록 타격감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하주석보다 더 뜨거운 유격수가 있으니 바로 김선빈이다. 올 시즌 78경기 타율 3할7푼8리 101안타 2홈런 45타점 47득점 3도루 OPS .909. 타율은 리그 전체 1위에 빛난다. 수비 실책도 4개로 250이닝 이상 소화한 유격수 11명 중 최소 기록. 하주석과 함께 김하성(넥센)이 유격수 최다 10홈런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나머지 거의 모든 부문에서 김선빈 성적이 우세하다.
하주석은 "선빈이형과 상무 시절 1년간 함께 군복무를 했었다. 내가 1년 먼저 입대해 선임이었다. 처음엔 화장실 가는 것도 내게 보고하곤 했다"며 웃은 뒤 "상무에서 같이 훈련할 때도 야구를 여유 있게, 잘하는 선수란 것을 느꼈다. 선빈이형과 친하게 지내며 옆에서 많이 배웠다. 타격에 조언을 받기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런데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 하주석은 "결혼을 하고 난 뒤 더 잘하는 것 같다. 선빈이형도 '너도 결혼하고 애기 생기면 야구 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해주곤 한다"며 책임감이 주는 효과를 크게 봤다. 김선빈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난 뒤 결혼을 했다. 아직 미혼인 하주석은 "모든 한화 팬들이 여자친구"라며 웃었다.
지난달 15일 문학 SK전부터 1일 대전 두산전까지 최근 15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는 하주석은 이 기간 타율 4할1푼9리 4홈런 13타점 19득점 OPS 1.196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개인 돈을 투자해 미국에서 공수해온 특수 헬멧을 착용하고 난 뒤 타격이 확 살아났다.
하주석은 "헬멧을 바꾸고 난 뒤부터 연속 경기 안타를 치고 있다. 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며 "난 이제 풀타임 2년차 선수다. 유격수 자리에는 선빈이형뿐만 아니라 김재호(두산) 오지환(LG) 선배처럼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전반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팀이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하주석-김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