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투수 교체, 선수들이 봐도 정말 잘한다".
한화 이상군(55)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컴퓨터 제구'로 유명했다. 감독대행을 맡은 뒤로는 투수 운용에 있어서 '컴퓨터 관리'를 하고 있다. 선발진이 완전치 않은 비상 상황에도 완벽에 가까운 이닝 배분으로 불펜 과부하를 지웠다. 한화 투수들도 "우리 감독님이라서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투수 교체 정말 잘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넘겨받은 지난 5월23일부터 구원 평균자책점 4.02로 이 부문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라있다. 김성근 전 감독 체제에선 이 부문 7위(5.08)였으니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외인 투수 부상 공백으로 선발 평균자책점은 5위(5.21)에서 8위(6.65)로 떨어졌지만 불펜 덕분에 전체 평균자책점 순위는 7위(4.52)에서 5위(5.42)로 향상됐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39.6%에서 33.8%로 낮추며 9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투수 교체가 그만큼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이 감독대행 불펜 운용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점이다. 34경기에 구원 이닝을 보면 20이닝을 넘긴 투수는 이동걸(20이닝)뿐이다. 종전 43경기에서 33이닝을 던진 송창식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3연투도 종전 43경기에선 9번 있었지만, 이 감독대행이 맡은 뒤 34경기에서는 권혁이 지난 5월25~27일 한 차례 3연투를 한 것이 전부였다.
이 감독대행은 2연투를 한 투수는 웬만하면 다음날 경기 대기조에서 제외한다. 지난 1일 대전 두산전에는 6점차 리드 상황에서 8~9회 송창식·권혁을 쓴 것도 이 타이밍에 나와야 할 이충호·서균이 앞선 2경기 연투를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감독대행은 "3연투는 될 수 있으면 안 시키려 한다. 볼 개수가 적어도 불펜에서 준비하는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선발 김재영·김범수뿐만 아니라 구원 강승현·이충호·서균까지,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을 1점차 승부처에 투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감독대행은 "서산에서 던지는 것을 본 선수들이다. 승부처에 올려도 걱정되지 않는다"며 "외국인 투수들이 빠져 위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새얼굴들이 전체적으로 잘해주니 기회가 되고 있다. 덕분에 불펜 운용하기 편해졌다. 오늘 안 던진 투수가 다음날에 던지고, 오늘 던진 투수는 다음날에 쉬는 식으로 로테이션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 감독대행의 선수들에 대한 믿음은 여유 있는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지난달 22일 대전 넥센전에는 연장 10회 동점 상황, 2사 1·2루 위기에 이 감독대행이 덕아웃에서 코치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긴박한 상황에서 웃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우람이가 충분히 막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 나도 모르게 웃었다"고 되돌아봤다. 정우람은 위기를 막아냈고, 한화는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적절한 이닝 배분과 관리로 투수들의 부담도 줄었다. 상황 가리지 않고 투입된 이전과 달리 언제 어떤 상황에 나설지 인지하며 준비하는 여유가 생겼다. 불펜뿐만 아니라 선발 로테이션 운용도 마찬가지. 특정팀에 맞춘 표적 선발은 없다. 순리대로 로테이션을 돌린다. 우천 연기에 선발 순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루씩 등판 일정을 미루는 식으로 투수들의 준비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선수들이 이 감독대행을 신뢰하는 이유다.
한화 관계자는 "이상군 감독님은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겉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강하게 밀어붙일 땐 승부를 건다. 선수들과 소통도 잘되고, 선수들도 감독님을 잘 따른다. 관리가 잘 되면서 투수들도 힘이 붙었다"고 말했다. 관리의 힘으로 구원 평균자책점 1위 팀으로 변모한 한화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