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리얼' 김수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7.02 11: 00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을 통해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1인 다역을 소화한 배우 김수현의 연기력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끝없는 도전정신을 발휘하며 배우로서 한 계단 성장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그가 작품을 위해 노력한 정신적·체력적 부담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주목 받은 ‘리얼’은 최대 규모 카지노를 둘러싸고 사업가와 조폭의 세력 다툼을 그린 액션 느와르이다. 하지만 기존의 남성미 짙은 느와르에서 볼 수 있는 장르적 색채보다, 해리성 정체 장애(다중인격)를 겪는 남자 주인공이 정체성을 찾는 일에 집중하는 사이코 드라마에 가까웠다.
사이코 드라마는 인간 존재의 진실을 조명하고, 그가 처한 환경의 현실적인 측면을 탐구하는 과학적 장르이다. 주로 심리극이라고도 부르는데, 주인공이 자신의 문제를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김수현이 연기한 장태영은 카지노 시에스타를 소유한 돈 많고 주먹 센 사업가인데, 그 안에 르포 기자 장태영이라는 또 다른 자아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진짜’라고 우기면서 서로의 인격을 살인하려고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일루미네이션과 특수효과는 그럴듯하지만 영화는 멋진 화면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한없이 조잡한 인물 관계도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도무지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 지루함을 안긴다.
또 설리와 김수현의 정당성 없는 베드신이나 노출신이 부쩍 자주 등장해 액션 느와르 장르라는 색채는 더욱 부각되지 않는다. “상당히 새롭고 독특한 색채를 가진 영화”라고 말한 이사랑 감독의 말처럼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김수현은 어떤 캐릭터도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하며 대중에 믿음을 줬다. 이미 검증되긴 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로서 끝을 모르는 연기 열정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스토리는 기억이 안 나도 분열된 자아를 연기하는 그의 눈빛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있다.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장태영 역의 김수현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고통에 몸서리치는 극한의 감정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김수현의 1인 다역 연기가 ‘리얼’의 유일한 관전 포인트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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