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풍자는 ‘SNL’처럼, 예능은 에이핑크처럼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7.07.02 10: 30

 웃음도 잡고 풍자도 했다. 예능에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는 에이핑크가 tvN ‘SNL9’와 함께 보여준 호흡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제작진은 에이핑크를 섭외, 영리하게 활용하며 웃음과 풍자 두 마리 토끼를 야무지게 잡았다. 오죽하면 풍자는 ‘SNL’처럼, 예능은 에이핑크처럼이라는 말도 나온다.
올해로 데뷔 7년차인 걸그룹 에이핑크. 예능감이 제대로 물올랐다. 지난 1일 tvN ‘SNL 코리아 시즌9’에 출연해 프로그램을 뒤집어 놓은 것. 콩트의 신, 신동엽도 인정했다. '더빙극장'의 원조 권혁수도 견제할 정도.
이날 에이핑크는 자신들의 히트곡 메들리로 오프닝을 장식했다. 그리고는 데뷔 전 부레옥잠, 씨펄, 망고, 걸X로 데뷔할 뻔했다며 팀명 후보들을 공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모든 걸 내려놓은 모습. 능청스러운 콩트 연기부터 막강한 분장 개그까지. 털털하고 소탈한 매력을 개그로 오롯이 승화해 관객들과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압권은 '더빙극장'이었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를 주제로 보미는 마이콜을, 은지는 둘리를, 남주는 도우너를, 권혁수는 고길동으로 변신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능글맞은 더빙 연기가 꽤나 인상적.
보미는 걸그룹으로서 쉽지 않았을 파격 분장을 소화하면서 제대로 망가졌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본인이 신나 망가지는 개그는 보는 이들의 흐뭇함까지 자아낼 정도.
그동안 수많은 호스트를 맞이한 신동엽은 "1차 공연에 생방송까지 하면서 크루들끼리 '에이핑크 진짜 잘한다, 머리 좋다, 센스 좋다'고 감탄에 감탄을 계속 했다. 계속 바뀌는 내용을 잘 따라하고 재밌게 하는 걸 보니 좋았다"고 칭찬했다. 
유세윤 역시 "이렇게 방송을 길게 한 건 처음이다. 에이핑크 멤버들이 워낙 잘하고 재밌어 하니까 생방송을 길게 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웃음과 함께 풍자도 놓치지 않았다. 트렌드에 강하고, 세련된 아이디어가 넘치는 프로그램. 유머러스한 패러디에 날카로운 정치 풍자, 사회적인 문제점까지 꼬집는 과감함이 발군이다. 넘치는 유쾌함을 바탕으로 속을 뻥 뚫어주는 통쾌함까지 제공하며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최근 공개 코미디 장르가 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호평은 좀 더 값지다. SBS ‘웃찾사’는 방황하다 결국 막을 내렸고, KBS 2TV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하락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 최근의 ‘SNL 코리아’의 성공은 공개 코미디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joonamana@osen.co.kr
[사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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