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정면돌파’ 로맥, 제2의 노수광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02 10: 01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은 최근 SK 타선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선수다. 아쉽게도 좋은 이슈가 아닌, 나쁜 이슈다. 최근 타격 성적 저하 때문이다.
어깨 부상으로 퇴출된 대니 워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로맥은 초반 화끈한 장타쇼를 펼치며 기대를 모았다. ‘홈런 공장’ SK의 가동률을 극대화시킬 히든카드였다. 5월 초 SK와 계약한 로맥은 6월 6일까지 23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OPS(출루율+장타율) 1.189, 11홈런, 23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좋은 스윙에 맞으면 넘어가는 힘까지 갖춰 ‘외인 홈런왕’ 후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 후로는 성적이 뚝 떨어졌다. 누구나 타격 기복은 있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크고 슬럼프가 너무 길다. 로맥은 6월 7일부터 7월 1일까지 가진 22경기에서 타율이 1할1리, OPS가 0.408까지 처졌다. 장타율은 웬만한 후보 선수의 타율도 안 되는 0.215에 불과했다. 79타수에서 삼진이 26개(32.9%)나 됐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현 KBO 리그의 평균을 고려했을 때 다른 선수를 쓰는 게 팀을 위해 더 도움이 됐을 뻔 했다.

상대 팀들의 집요한 분석도 분석이지만, 로맥의 타격 지론이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과 맞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라 구단이 바라보는 심각성은 더하다. 로맥은 동향 출신이자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출루 머신인 조이 보토(신시내티)의 타격 이론에 큰 영향을 받은 선수다. SK에 처음 입단해 코칭스태프와 만났을 때 자신의 타격 이론 설명을 보토의 저서로 대신했을 정도였다.
보토는 정확도와 선구안, 파워까지 두루 갖춘 최고의 타자다. 또한 자신의 컨택존이 확실하다. 로맥도 마찬가지다. 선호하지 않는 코스에는 방망이가 잘 나가지 않았다. 설사 그 코스에 공이 세 개 들어와 루킹삼진을 당하더라도 외면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KBO 리그는 미국과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 미국은 상하로 넓은 반면 KBO는 좌우로도 넓다. 생각하지도 않은 코스를 잡아주다 보니 로맥의 머릿속은 완전히 뒤죽박죽이다.
처음에는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나 상대팀 투수들이 그 코스를 공략하고 계속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바깥쪽 유인구에 상체가 숙여지면서 무수한 빗맞은 내야 뜬공이 나오거나 삼진을 당했다. 이는 장점인 코스까지도 흔들리게 한다. 노림수를 가지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다 루킹삼진을 당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로맥에게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 목소리가 나온 지 이미 보름이 넘었고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싫어서가 아니라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SK는 로맥을 교체할 생각이 없다. 이미 교체 카드 한 장을 썼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차라리 지금 교정을 시켜 후반기를 도모하자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종결정권자인 트레이 힐만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힐만 감독은 1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로맥을 2군으로 내려 재정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1군에서 계속 활용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출전 시간이 조절하며 로맥의 반등을 도모한다는 계산이다. 2군에 내려가는 것보다 1군에서 경기에 나가는 게 더 득이 된다는 판단이다. 로맥은 벌써 리그 최하위권 타격 성적을 일주일도 아닌 한 달 동안 기록 중이다. 이를 생각하면 힐만 감독의 정면돌파라고 할 만하다.
팀 동료인 노수광(27)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노수광도 트레이드 이후 꽤 오랜 기간 타격 슬럼프였다. 4월 타율은 2할4푼1리, 5월 타율은 2할4푼2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노수광을 2군에 보내지 않았다. 힐만 감독은 당시 “노수광의 2군행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막판 대주자나 대수비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타격도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노수광은 6월 중순 이후 타격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타격감을 찾는 데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경기 후반 대수비나 대주자로서의 가치는 다르겠으나 힐만 감독은 로맥에게도 그런 반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로맥은 1일 삼성전에서 9회 대타로 들어서 좌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로 기분전환을 했다.
KBO 리그는 7월 중순 올스타 브레이크를 갖는다. 때문에 로맥의 2군행이 전반기 막판 일정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유효기간은 6월 말 이전이었다. 장마 변수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로맥이 계속 부진할 경우 1군에 두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엔트리 활용성이나 전력적인 문제는 물론 로맥 때문에 출전 기회를 잃는 선수들의 불만이 알게 모르게 쌓이는 것도 위협이다. 이름값보다는 컨디션과 데이터에 기반한 선수 기용이라는 호평을 산 리더십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다행히 로맥도 변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당초 로맥은 몇몇 수정에 대한 권유에 “지금 내 타격이 편하다”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좀 더 전향적인 태도라는 후문이다. 스스로도 바깥쪽 공에 대처하려는 몇몇 노력을 하고 있다. “한 달이나 부진했으니 이제는 반등할 때도 됐다”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2군행 없이도 로맥이 반등하는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힐만 감독이 던진 큰 주사위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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