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들을 놓고 KBO 구단 관계자들은 가끔 “잘하면 좋은데, 너무 잘해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농담을 던진다. 가끔 이 선수들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남모를 문제가 생기는 때도 있고, 일본이나 미국 구단들이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시장이 계속 고급화되면서 KBO 리그의 성공한 외인 선수들을 보는 해외 리그의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외인 선수들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많이 늘어났다. 한편으로는 KBO 리그를 발판삼아 더 큰 무대로 진출하려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금전적으로 더 좋은 조건을 따낼 수 있어서다. 올해도 KBO 외인 시장을 면밀히 살피는 일본 구단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특히 KBO를 호령하는 투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직은 구체적인 영입 단계가 아닌 사전 관찰 단계지만, 특급 투수들이 등판하는 경기에는 일본 구단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들이 헥터 노에시(KIA), 데이비드 허프(LG), 메릴 켈리(SK) 투수 3인방이다.
이들은 KBO에 올 당시에도 일본 구단들이 조사를 했던 경험이 있거나, 실제 영입 타진을 했던 경우도 있다. 허프나 헥터와 같은 선수들이다. KBO 리그의 외국인 선수 지출이 늘어나면서 과감한 베팅이 성공했던 사례들이다. 또한 세 선수 모두 한국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헥터는 2년 연속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고, 허프와 켈리는 그런 헥터를 추격하는 선수들이다.
헥터는 지난해부터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외국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은 일본 구단들이 헥터를 보고 갔다”고 귀띔했다. 허프는 퍼시픽리그의 한 구단이 등판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도 일본 진출설이 있었던 켈리 또한 퍼시픽리그의 한 구단과 센트럴리그의 한 구단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조사 수준이지만 시즌이 끝나면 이 조사가 어떤 제의로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KBO 구단들이 쉽게 핵심 외국인 선수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일본 구단들과의 돈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1년차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최근 한국 구단들과 일본 구단들의 제시액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구단들의 제시액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
외국인 선수를 3명만 보유할 수 있는 한국은 외국인 선수들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연봉도 치솟고 있다. 실제 2015년 한국에서 뛴 총 41명의 외국인 선수 평균 연봉은 약 57만 달러였고, 지난해 41명의 평균은 약 70만 달러였다. 올해는 더 높을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공개되지 않은 옵션 등까지 포함하면 이미 평균 1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도 일본보다는 안정적인 한국을 선호하는 추세다. 일본은 성공할 경우에는 한국보다 금전적인 조건이 훨씬 더 좋다. 그러나 리그 수준이 좀 더 높고 외국인 선수들끼리도 경쟁이 붙어 외부적 스트레스는 더 심하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끼리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서로 공유한다. 외국인 선수들의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정보는 우리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라면서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을 선호하는 선수들도 많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재계약에 있어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ullboy@osen.co.kr
[사진] 허프-켈리-헥터(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