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LB 포스트시즌 CLE 밀러 역할
김윤동, "승부처에 올라 위기를 막고싶다"
가장 구위가 좋은 불펜투수는 9회, 마무리 상황에만 등판해야 할까. 이에 대한 갑론을박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최근 KIA는 가장 빼어난 불펜투수를 9회가 아닌 승부처에 투입하고 있다.
김윤동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 2-2로 맞선 5회 1사 1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김윤동은 2⅓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윤동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타선이 점수를 뽑아냈고, KIA는 10-4 승리를 거뒀다. 최근 5연승. 김윤동은 시즌 3승(2패 8세이브)째를 챙겼다.
첫 이닝은 불안했다. 김윤동은 승계주자 한 명을 물려받은 상황에서 백창수와 박용택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졸지에 1사 만루 위기에 몰려다. 분위기를 상대에게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윤동은 침착하게 양석환과 정성훈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 탈출.
이후부터는 안정세였다. 6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김윤동은 7회 2사 후 백창수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후속 심동섭이 7회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깔끔히 처리하며 김윤동의 자책점은 '제로'에 머물렀다.
경기 후 김윤동은 "4회부터 불펜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5회 등판은 무리가 없었다"라고 운을 뗐다. 김윤동 역시 첫 이닝에 내준 볼넷 두 개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새였다. 김윤동은 "위기를 막아야한다는 생각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제구가 나빴다. 다행이 무실점으로 막았다"라고 안도했다.
이후 다섯 타자 연속 범타 처리. 김윤동은 "그 다음 이닝부터는 최대한 제구에 신경 쓰며 낮게 던지려 노력했고, 안정을 찾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윤동은 올 시즌 투수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맡았다. 시작은 선발투수였다. 김윤동은 시즌 첫 등판인 4월 2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섰다. 결과는 3이닝 4피안타(2피홈런) 2볼넷 4실점으로 아쉬웠다. 김윤동은 즉시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중간계투' 김윤동은 상황을 가리지 않고 26경기에 등판해 1승 5세이브(1블론) 3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순항했다. 그게 지난달 9일까지의 이야기다.
그 사이 KIA 뒷문에 변화가 생겼다. '클로저' 임창용은 지난달 10일 '컨디션을 되찾고 오겠다'라는 이유로 1군 말소를 자처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임창용의 의사를 존중해 그를 퓨처스팀으로 내려보냈고, 마무리투수 보직을 김윤동에게 맡겼다. 김윤동은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6월 11일 광주 넥센전부터 6월 17일 광주 LG전까지 5경기서 5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3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김윤동은 25일 창원 NC전서 호되게 당했다. 김윤동은 6-2로 앞선 7회 무사 1·2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김기태 KIA 감독은 그에게 '8아웃 세이브'를 기대한 것이다. 8일만의 등판이었기에 체력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김윤동은 1사 후 권희동에게 좌중월 3점포를 얻어맞았다. 이어 김윤동은 8회에도 1사 후 안타와 볼넷 두 개를 묶어 만루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서 김윤동은 나성범에게 좌월 만루포를 허용했다. NC의 6-9 역전. KIA는 이날 경기에서 패하며 3연전 스윕패, NC와 공동 선두가 됐다. 김윤동의 이날 기록은 1이닝 3피안타(2피홈런) 3볼넷 5실점.
김윤동은 몸과 마음을 달랠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30일 잠실 LG전에 등판, 1이닝 무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어 1일 경기서도 조기 투입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윤동은 "최근 들어 중간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등판하고 있는데, 매번 팀이 필요한 상황에 나가고 싶다"라며 "그 필요한 상황에서 위기를 막아내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김윤동이 '애니콜'을 자처한 것이다. 최근 세이버매트리션들 사이에서는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는 9회가 아닌 승부처에 조기 투입하는 게 팀 승리에 더 효율적이다'라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앤드루 밀러(클리블랜드)가 그러했던 것처럼.
김기태 감독 역시 "상대 타순에 따라 임창용에게 마무리를 다시 맡길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럴 경우, 김윤동은 1일 LG전처럼 조기 투입돼 상대 예봉을 꺾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김윤동은 현재 KIA 불펜에서 '가장 강한 투수'인 셈이다.
김기태 감독은 김윤동의 활용법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