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발진, '잇몸'으로 연일 '에이스 사냥'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02 09: 00

'3승' 정용운-임기준으로 '64승' 소사-허프 눌러 
'폐렴' 임기영까지 복귀한다면 선발진 더욱 강해져 
이쯤 되면 선발 매치업은 큰 의미가 없다. KIA가 임시 선발진으로도 상대 에이스를 연이어 사냥하고 있다.

KIA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10-4로 승리했다. 다섯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KBO리그 새 역사를 쓴 타선이 승리의 주역이었다.
사실 1일 경기 선발 매치업은 LG 쪽이 우세해보였다. LG는 데이비드 허프를 내세운 반면 KIA는 임기준으로 맞섰다. 허프는 6월 5경기서 38이닝을 소화하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다. 이에 맞서는 임기준은 올 시즌 단 한 차례 선발등판해 4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한 바 있다.
김기태 KIA 감독도 주전 유격수 김선빈과 포수 김민식을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휴식을 통한 컨디션 안배가 이유였다. 선발 매치업에서 크게 밀린 경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임기준이 LG 타선을 기대 이상으로 막아냈다. 임기준은 1-0으로 앞선 2회, 2사 후 연속 안타로 두 점을 내줘 1-2 역전을 허락했다. 그러나 3회를 실점없이 마쳤다. KIA 타선은 4회 안치홍이 때린 투혼의 2루타로 균형을 맞췄다. 안치홍은 자신의 파울 타구에 무릎을 강타당해 피멍이 든 상황에서도 타석에 섰고, 2루타를 때려냈다.
충분히 승부수를 던질 만한 상황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안치홍을 빼고 대주자로 김민식을 투입했다. 2루수를 맡을 수 있는 서동욱이 벤치에 있었음에도 의아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김민식은 휴식 차원으로 선발에서 빠졌던 상황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2사 후 한승택 타석에서 대타 김선빈을 냈다.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승부수를 꺼내든 것이었다.
이는 적중했다. 김민식은 3타수 1안타 1득점, 김선빈도 4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둘의 가세는 수비 강화 효과까지 따라왔다. 이러한 승부수는 임기준이 조기에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KIA는 이 경기를 10-4로 승리하며 위닝 시리즈를 조기에 따냈다. 2위 NC와 2.5경기차로 다시 선두 독주에 시동을 걸었다.
전날(30일) 경기서도 KIA는 임시 선발로 외인 에이스를 잡았다. KIA 선발투수 정용운은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3승을 따냈다. 반면, LG 선발 헨리 소사는 5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올 시즌 홈 7경기(6경기 선발) 5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8이던 소사와 매치업에서 정용운이 이긴 셈이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정용운과 임기준의 프로 통산 승수를 더하면 3승. 반면, 소사와 허프의 승리는 64승을 합작했었다. 이름값에서 몇 배 이상 밀렸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꼴이다.
정용운과 임기준은 기존 선발투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임시 선발이다. 특히 임기준은 폐렴으로 입원했던 임기영이 1군에 복귀한다면 보직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이라면 기존 선발투수가 흔들릴 때 언제든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찾아온 기회에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KIA는 헥터 노에시(15경기 12승무패, 평균자책점 2.92), 양현종(15경기 10승3패, 평균자책점 3.80), 팻딘(15경기 5승5패, 평균자책점 4.15), 임기영(11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1.72)으로 4선발까지는 굳건하다. '5이닝 3실점만 해주면 선방'인 5선발 후보군으로만 정용운, 임기준이 버티고 있다.
어금니가 빠진 상황에서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 잇몸으로도 상대 에이스와 일전을 씹어삼켰다. 그야말로 어금니만큼 단단한 잇몸이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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