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수를 일깨운 ‘화장실 교육’, 그리고 꿈같은 나날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7.02 07: 28

롯데 자이언츠 황진수(28)에게 올 시즌 매 경기는 소중하고 값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공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그에게 1군 데뷔 기회는 2012년에서야 찾아왔고, 지난해까지 통산 48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시즌 황진수는 데뷔 이후 최고의 나날들을 매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사직 NC전은 최고의 활약을 펼친 날이었다. 황진수는 이날 2회말 선제 적시타를 때려냈고 6-5로 앞선 7회말 2사 만루에서 우중간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뽑아내며 팀의 9-5 승리에 일조했다. 결승타와 3점 홈런을 때려낸 이대호에 버금가는 활약상을 펼쳤다. 이날 황진수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4타점을 뽑아냈다(이전까지 통산 4타점).
1일 경기 후 만난 황진수의 얼굴에는 벅찬 감정이 묻어났다. 그는 “1군에서 뛰는 것이 재밌고 행복하다”며 운을 뗐다.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7회말 3타점 3루타는 NC에 날리는 확실한 카운터 펀치였다.

그런데 이 3루타를 칠 수 있게끔 황진수를 각성의 계기를 만들어준 데에는 화장실에서의 뜻하지 않은 교육(?) 이 숨어있었다. 그는 “7회말에 앞서서 화장실을 갔는데, 화장실에 있는 TV 중계방송에서 내 타격 모습을 보고 해설위원 분께서 ‘타격을 할 때 몸이 먼저 뛰려고 하면 안 되고, 스윙을 정확하게 다 끝내고 그 다음에 뛰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때 타격 코치님께서 ‘왼쪽타석에서 타격시 몸이 공을 먼저 마중 나간다. 상체가 앞으로 쏠린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타석에 들어갔을 때, '헛스윙 3개를 하더라도 공을 치고 뛸 준비를 해보자'고 생각을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싹쓸이 쐐기 3루타가 탄생한 비화를 밝혔다. 스위치히터로서 좌타석에서의 단점을 보완하는 영감을 TV에서 얻은 것이다.
현재까지 황진수가 이런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누가 있었을까. 그러나 황진수는 일단 올해가 자신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랐다. 혹자들은 황진수를 신인급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황진수는 2007년 드래프티였고, 그와 입단 동기는 손아섭이었다. 그는 “사실 딱히 다르게 준비한 것은 없지만, 나이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니까 생각과 멘탈을 바꿔보자고 했다”며 “올해만큼은 멘탈적으로 잡고 야구를 하자고 했고, 잘 되지 않더라도 ‘정신승리’한다는 느낌을 갖고 긍정적으로 올해를 맞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였고 이를 고스란히 1군무대로 옮겨왔다. 앤디 번즈의 부상으로 1군에 콜업 된, 6월3일 당시 황진수의 퓨처스리그 타율은 3할2푼2리였다. 그는 “올해에는 장종훈 코치님과 1대1로 붙어서 교육을 받고, 좋은 자세와 좋은 밸런스로 1군에 올라왔다. 이런 경우가 그동안 1군 콜업되면서 처음이었다”며 “그래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자신감이 있고 수싸움이라던지 카운트 싸움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적응도 많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주전으로 나가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1군 생활에서 탈피한 것도 그에게 자신감의 근원이다. 그는 “선발로 나가며 기회를 주시니까 이전에 한 타석 치고 빠질 때보다 제 자신에게 자신감이 생기면서 편안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진수는 올 시즌이 1군 커리어를 모두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요즘 계속 경기에 나서는데, 오늘처럼 4타점도 올리고 3루타도 치는 것이 모두 처음이다. 1군에서의 모든 하루가 처음이다. 지금도 신기하고 꿈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황진수는 지금의 달콤한 꿈같은 나날들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 자신감이 붙은 그에게도 이제는 당연한 경쟁심이 생겼다. 황진수는 “번즈도 그렇고 (정)훈이 형도 조만간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 자리를 뺏기기 싫고, 지키고 싶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또 팀에 폐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지금의 현실에서 안주하지 않을 것임을 당당하게 외쳤다. /jhrae@osen.co.kr
[사진] 황진수. 롯데 자이언츠 제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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