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적인 메이저리그(MLB) 데뷔를 이뤄낸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은 피츠버그에 입성하며 강정호(30·피츠버그)를 떠올렸다. 황재균은 만약 강정호가 정상적으로 피츠버그에서 뛰고 있었다면 더 좋을 뻔 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샌프란시스코와 극적인 MLB 계약을 체결한 황재균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선발 3루수로 출전했다. 만약 강정호가 지난해 음주운전이라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이날 경기에는 한국인 선수 두 명이 3루를 번갈아가며 지키는 역사적인 광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강정호는 지난해 말 음주운전 사고를 저질러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취업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아직도 한국에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MLB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예 미국 땅에 발을 딛을 수 없으니 MLB나 구단의 징계도 뒷전이 됐다. 오히려 그런 아쉬움 때문일까. 황재균은 피츠버그에 내리는 비행기에서 강정호가 떠올랐다고 했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피츠버그로 향하면서 내가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강정호였다”라면서 “만약 그가 이곳에 있었다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황재균은 “강정호는 자신이 했던 행동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츠버그로 넘어오는 비행기에서 무려 1200통의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황재균도 “강정호의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사건 이후 강정호와 연락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강정호는 현재 주위와의 연락을 사실상 두절한 채 반성의 나날을 보내며 개인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황재균과 강정호는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낸 동갑내기다. 여기에 2006년 나란히 현대의 프로지명을 받은 동기이기도 하다. 황재균이 2010년 롯데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안다. 황재균은 지난해 겨울 국내 FA 계약과 MLB 도전을 저울질할 당시 강정호, 류현진(LA 다저스) 등 동기들의 조언을 구했다고도 했다.
황재균이 강정호의 잘못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친구가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황재균이 샌프란시스코나 다른 팀에서 자리를 지키고, 언젠가 강정호가 피츠버그에 돌아온다면 추후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은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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