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자멸' 조급했던 SK, 삼성 번트에 와르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01 21: 28

SK를 무너뜨린 것은 삼성의 장타가 아닌, 사실상 세 번의 번트 상황이었다.
SK와 삼성은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시즌 11차전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SK가 6회 최정의 2점 홈런으로 먼저 앞서 나갔으나 8회 삼성이 2점을 만회했고, SK의 8회 반격이 거세게 이어지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막판 집중력과 세밀함에서 좀 더 앞선 삼성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SK는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었던 경기가 8회부터 심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2-0으로 앞선 8회였다. 선두 이원석의 중전안타에 이어 강한울의 타구가 투수 윤희상의 글러브를 맞고 튀었다. 윤희상의 글러브를 맞지 않았다면 유격수 나주환이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순간이었다.

무사 1,2루에서는 대타 김성윤의 희생번트 실패가 SK에는 오히려 독으로 돌아왔다. 이원석이 3루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 것을 본 이재원은 곧바로 2루에 송구했다. 이원석이 귀루하려고 했다면 무조건 아웃이었다. 그러나 이원석이 센스가 앞섰다. 어차피 귀루해 봐야 아웃될 것이 뻔했던 이원석은 이재원의 송구가 2루로 향하는 순간 곧바로 스타트를 끊어 3루로 향했다.
이재원의 송구가 나주환의 옆으로 치우쳤고, 결국 나주환이 3루로 던졌으나 이원석의 손이 먼저 3루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 사이 강한울까지 2루를 파고들었다. 삼성 주루 센스의 승리였다. 삼성은 김성윤을 다시 대타 배영섭으로 바꿨고, 배영섭의 2루 땅볼 때 1점을 만회했다.
그 다음 상황인 1사 3루도 SK로서는 아쉬웠다. 박해민의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였는데 타구가 비교적 정직하게 투수 박정배의 앞으로 흘렀다. 침착하게 잡아 송구가 정확했다면 아웃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했던 박정배가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러 동점을 허용했다. 윤희상도, 이재원도, 박정배도 모두 조급함이 있었던 셈이다.
8회 무사 2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SK는 9회에도 삼성의 번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러프의 볼넷, 이승엽의 좌전안타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린 SK는 조동찬과 끈질긴 번트 승부를 벌였다. 그리고 조동찬의 번트가 3루 쪽으로 구르자 이재원이 3루 송구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이미 스타트를 일찍 끊은 발 빠른 2루 주자 이성규는 3루를 밟은 뒤였다.
1사 2,3루 상황이 무사 만루로 이어진 대가는 컸다. 결국 이원석에게 중전 결승 적시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했고 1사 후 이지영에게 적시타, 2사 후 김헌곤에게 2타점 적시타, 구자욱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점수차는 5점까지 벌어졌다. 어쨌든 9회 실점을 최소화해야 9회말 공격을 도모할 수 있었으나 흔들린 내야는 치명적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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