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경기에서 반등에 성공한 윤희상(32·SK)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마치 “SK 토종 에이스는 나”라고 말하는 듯한 눈부신 투구 내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8회를 넘기지 못했다.
윤희상은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으나 2-0으로 앞선 8회 2실점이 자책점으로 기록되며 시즌 7승 도전서는 실패했다.
6월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5이닝 10피안타 8실점으로 호되게 당했던 윤희상이었다. 타선 지원에 멋쩍은 승리를 따내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엉망이었다. 2007년 이후 8실점은 한 경기 최다 2위 기록이었다. 또한 10피안타 이상을 기록한 8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시즌 좋았던 평균자책점도 크게 뛰었다.
그러나 이 경기는 윤희상에게 자신의 투구를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윤희상은 공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부분에 신경을 썼다. 그런 윤희상은 6월 24일 인천 kt전에서 8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내며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날은 직전 맞대결에서 자신을 괴롭힌 삼성 타선을 비교적 효율적으로 막아내며 전광판의 0의 행진을 이어나갔다.
1회 1사 1루에서 구자욱과 러프를 뜬공으로 요리한 윤희상은 2회 1사 후 조동찬에게 몸에 맞는 공, 이원석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이날 첫 득점권 위기를 맞이했으나 강한울과 나원탁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에는 선두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김헌곤을 1루수 방면 병살타로 잡아냈다. 4회와 5회는 6타자를 차례로 깔끔하게 정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6회에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윤희상은 7회 러프를 삼진으로, 이승엽을 1루수 땅볼로, 조동찬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완벽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런데 2-0으로 앞선 8회가 문제였다. 윤희상은 선두 이원석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고 이어 강한울의 투수 앞 타구가 자신의 글러브를 맞고 튀며 내야안타가 됐다. 투구수도 이 시점에서 100개에 이르렀다. 이어 김성윤의 희생번트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을 때 2,3루 사이에 선 2루 주자 이원석을 잡기 위해 송구가 2루로 갔는데 이원석이 재치있게 3루로 뛰며 3루에서 살았다. 그 사이 1루 주자 강한울도 2루를 밟았다.
이후 윤희상은 박정배로 교체됐다. 박정배가 배영섭의 2루 땅볼 때 1점, 박해민의 스퀴즈 번트 때 1점을 허용해 윤희상의 승리조건도 날아갔다. 경기 내용에 비하면 너무 아쉬운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