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못 이룬 임익준, "죽을 각오로 기회 잡겠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7.01 13: 10

모든 선수들에게 개막전 선발출장은 이루고 싶은 꿈이다. 한화 내야수 임익준(29)은 올 시즌 그 꿈을 이뤘지만, 악몽이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익준은 지난 3월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즌 개막전에 6번타자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개막 엔트리에 올랐는데 선발출장은 처음이었다. 주전 2루수 정근우가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임익준에게 일생일대 기회가 왔다. 
그러나 2회와 4회 더스틴 니퍼트에게 연속 3구 삼진을 당했다. 6회 수비에서도 포수 조인성의 2루 송구를 받지 못해 뒤로 빠뜨리는 실수까지 범했다. 7회 대타 송광민으로 교체돼 빠진 임익준은 경기 후 바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서산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임익준은 "그때 진짜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2군으로 내려가면서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자책을 많이 했다.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마음을 잡기가 힘들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악몽 같았던 개막전의 기억을 애써 더듬었다. 
4월23일 수원 kt전에 1군에 올라왔지만 1경기 한 타석 삼진으로 다시 2군에 내려갔다. 보통 선수였다면 절망하거나 포기했을 테지만 임익준은 달랐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칼을 갈았다. 22경기에서 54타수 22안타 타율 4할7리 2홈런 14타점 13득점 3도루 OPS 1.198로 맹활약했다. 지난달 29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30일 대전 두산전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회 3루 대수비로 교체 투입된 임익준은 6-6 동점이 된 6회 1사 2루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시즌 첫 안타로 찬스를 연결했고, 후속 정근우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역전 발판을 마련했다. 
8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우측 빗맞은 안타로 시즌 첫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김태균의 우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이에 앞서 8회 수비에선 박건우의 3루 근처로 향하는 애매한 타구를 숏바운드로 처리, 정확한 1루 송구까지 호수비까지 펼쳤다. 
임익준은 "두 번째 안타는 운이 좋았다. 멀티히트라고 기뻐하기엔 좀 그렇다"며 "난 2군에서 온 선수다. 두 번이나 1군에서 2군으로 떨어졌고, 이번만큼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진짜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지금 내 위치에선 그것 뿐이다.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죽을 각오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절박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임익준이 2군에서 좋았다. 내야 3개 포지션을 다 볼 수 있고, 베이스러닝도 적극적인 선수"라고 기대했다. 한화 관계자는 "임익준은 올해 정말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하고 있다.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어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절실함이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2007년 삼성에서 데뷔한 임익준은 2011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 이적했다. 지금까지 1군에서 큰 활약은 없었지만, 2군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악몽 같은 개막전의 기억을 뒤로 한 임익준이 한화 내야의 새로운 힘으로 떠올랐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