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5·6월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SK가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며 +10의 비교적 넉넉한 승패 마진으로 6월을 마쳤다. 6월 역대 팀 최다 홈런 기록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결국 선발진의 대반전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SK는 6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7-5로 역전승하며 이번 주에도 3승을 확보했다. SK는 30일까지 77경기를 치른 가운데 43승33패1무(.566)의 성적으로 리그 3위로 6월을 마쳤다. 4위권과의 격차는 어느덧 4.5경기로 벌어졌다. 2위 NC와의 승차도 4.5경기로 아직 추월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어쨌든 든든하게 ‘저축’을 한 채 본격적인 후반기 일정을 준비한다.
SK는 최근 몇 년간 시즌 극초반인 4월에는 그럭저럭 페이스를 유지하다 5월 중순 이후 처지는 성적 그래프를 나타냈다. 왕조 시대가 끝난 2013년부터의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2013년 SK는 4월 5할 승률을 기록했으나 5·6월 20승24패에 머물렀다. 2014년은 4월을 13승10패로 출발했으나 5·6월 성적이 16승29패까지 떨어지며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을 접었다.
2015년에도 4월을 12승10패로 끝냈으나 5월(12승12패1무)과 6월(10승12패) 성적은 처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4월을 16승9패, 리그 2위로 마쳤지만 5월 9승15패, 6월 반타작에 그친 끝에 결국 7월 여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끝까지 어려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5월(12승12패1무)과 6월(17승9패) 성적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SK가 6월을 +10 이상의 승패마진으로 마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이었을까. 선발투수들이 중심에 있었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부진 및 부상으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던 선발들이 든든하게 경기를 만들어줬다. 실제 SK는 6월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3.78로 압도적인 리그 1위였다. 6월에 한정하면 리그 유일의 선발 3점대 평균자책점 팀이었고, 2위 LG(4.64), 3위 KIA(4.88)와도 큰 차이가 났다. 이 기간 13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역시 리그 1위였다.
이 기간 중 에이스 메릴 켈리(5경기 5승 ERA 1.80)가 팀 선발진을 든든하게 이끌었다. 각성한 두 명의 토종 선발 자원도 맹활약했다. 박종훈은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65, 문승원은 5경기에서 1승2패에 그쳤으나 평균자책점은 3.26으로 좋았다. 돌아온 스캇 다이아몬드가 32⅓이닝을 책임지며 2승을 따냈고, 윤희상도 다소 들쭉날쭉하기는 했으나 역시 2승을 보탰다.
SK의 4월 선발 평균자책점은 4.87로 리그 9위였는데 5월부터는 비교적 흐름이 안정적이다. 5월 평균자책점은 3.76으로 리그 3위로 뛰어오른 것에 이어 6월에는 막강 선발진이라는 KIA와 LG를 모두 제치고 선두로 뛰어 올랐다. 여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불펜까지 갈수록 안정을 찾아가며 6월 전체 평균자책점(4.23) 또한 NC(4.66)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리그 평균(5.64)보다 훨씬 좋았다.
결국 SK의 앞으로 과제도 선발투수들이 얼마나 기세를 잘 이어가느냐에 달렸다. SK의 팀 타율은 리그 최하위. 현재 구조상 확 나아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홈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홈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는 것은 어쨌든 득점력의 기복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이에 힐만 감독도 선발투수들에게 추가 휴식을 주는 등 여름 레이스에 대비하고 있다. 상승세를 탄 SK 선발진이 팀 성적을 앞에서 끌어줄지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