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안타 비율을 보면 단타, 2루타, 홈런, 3루타의 순이다. 6월 30일까지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안타 비율은 단타가 63.9%, 2루타가 19.8%, 홈런이 14.5%, 3루타가 2% 정도를 차지한다. 역사적인 홈런 풍년이라는 올 시즌 성적만 봐도 홈런이 2루타나 단타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런 흐름에서 이상한 선수들이 있다. 바로 MLB를 대표하는 신세대 좌타자들인 코디 벨린저(22·LA 다저스)와 조이 갈로(24·텍사스)가 그 주인공이다.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두 선수는 단타보다 홈런이 더 많은 선수들이다.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벨린저는 첫 61경기에서 24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전체 61안타 중 홈런 비중이 39.3%에 이른다. 반대로 단타는 22개다. 홈런 비중이 더 높다. 갈로도 마찬가지다. 갈로는 46개의 안타 중 무려 20개가 홈런(43.5%)이다. 단타는 13개에 불과하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두 선수는 정교한 스윙보다는 파워 스윙에 가깝다. 때로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스윙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 벨린저의 타율은 2할6푼8리, 갈로는 1할9푼2리다. 벨린저는 228타수에서 75개의 삼진을 당했고, 갈로는 239타수에서 이미 삼진 숫자가 세 자릿수(107개)를 넘어섰다.
그런데 힘은 장사다. 걸리면 넘어간다. 꼿꼿한 타격폼을 가진 벨린저는 흥미로운 어퍼스윙을 보여주는 드문 젊은 선수다. 갈로는 이미 ‘스탯캐스트’ 역사상 좌타자 최고 홈런 타구속도 기록을 경신했다.
MLB 역사상 단타보다 홈런이 많은 선수는 딱 2명(400타석 이상 기준) 있었다. 전설적인 홈런왕인 마크 맥과이어와 배리 본즈가 그 주인공이다. 맥과이어는 무려 3번(1995·1998·1999)이나 이런 진기록을 썼다. 70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1998년에는 안타 대비 홈런 비율이 46%에 이르렀다.
본즈는 73홈런을 터뜨린 2001년 당시 단타가 49개였다. 투수들은 본즈를 극단적으로 피해가 볼넷만 177개였다. 대신 정면승부를 하는 투수들은 본즈가 가차 없이 홈런으로 응징한 결과였다. 당시 본즈의 안타 대비 홈런 비율은 46.8%였다. 안타 중 절반 가까이가 홈런이었다.
이런 진기록이 나온 것은 2001년 두 선수가 마지막이다. 물론 타석이 적은 선수들이 이런 성적을 낸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400타석 정도의 충분한 표본이라면 16년 만에 갈로와 벨린저가 진기록 페이스를 쓰고 있는 셈이다. 확률상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단타보다 홈런이 더 많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사실 두 선수의 정교함이 극단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적어도 이번 시즌에는 별로 없다. 꾸준히 홈런이 나오는 대신, 삼진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단타보다는 장타 비율이 높을 것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당연히 홈런보다는 단타가 쌓이는 속도가 빠르기는 할 것이다. 결국 홈런을 얼마나 더 치느냐에 달렸다. 두 선수의 최종 성적이 흥미롭다. /skullboy@osen.co.kr
[사진] 코디 벨린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