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투수인 좌완 스캇 다이아몬드(31)가 유독 운수 나쁜 날을 보냈다. 투구 내용과는 별개로 수비가 말썽을 일으키며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다.
다이아몬드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9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전체적인 투구 내용이 아주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다소 흔들렸고 여기에 수비도 견고하지 못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준 것이 결국 시즌 4번째 승리를 놓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6월 들어 다소 주춤했던 다이아몬드는 직전 등판인 23일 인천 kt전에서 6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잘 던지며 반등에 성공했다. 올 시즌 약했던 삼성전에서 자신의 상승세에 불을 붙일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경기 흐름이 꼬였다. 장타로 이어질 만한 큰 타구를 많이 허용한 것은 아니었는데 타구들이 아웃카운트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
1회부터 다소간 허탈한 상황이 이어졌다. 2사 1,3루에서 러프를 좌익수 방면 힘없는 뜬공으로 유도했다. 무난히 이닝이 마무리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이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고 말았다. 유격수는 너무 갔고, 좌익수는 못 미쳤다. 미리 교통정리가 됐다면 처리할 수도 있는 공이었으나 보이지 않는 실책으로 피안타와 실점이 모두 올라간 셈이다.
2회에도 선두 이성규가 유격수 방면의 깊은 타구로 출루했다. 이어 강한울의 투수 앞 번트 때는 자신이 공이 흘러오는 지점보다 옆으로 향했다가 결국 강한울을 살려줘 무사 1,2루에 몰렸다. 이어 이지영의 유격수 방면 병살 코스 타구 때는 나주환이 공을 한 번에 빼지 못했고, 2루수 최항도 1루 송구를 포기하면서 1루 주자가 살았다. 나주환의 포구, 최항의 송구가 잘 이뤄졌다면 능히 병살이었다. 결국 박해민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1점을 더 줬다.
5-3으로 앞선 4회에도 안 줘도 될 점수를 줬다. 1사 1루에서 박해민의 타구가 2루 베이스 쪽으로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던 최항에게 걸렸다. 그런데 최항이 병살에 대한 욕심 탓인지 글러브 토스를 하려다 힘이 부족해 1루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살았다. 박해민의 발이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게 1루 주자만 아웃시켰어도 2사 1루였다. 이는 구자욱의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이어지며 다시 실점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4회까지 4실점 중 3실점은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3회 실점도 무사 1,2루에서 이승엽의 타구가 1루수와 2루수 사이의 그 좁은 틈을 기막히게 뚫고 지나갔다. 허탈함이 누적됐는지 다이아몬드는 4회 실점 후 다소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투구에 대한 자책, 수비에 대한 불만이 섞여 있었겠지만 어쨌든 유독 ‘운수 나쁜 날’에 대한 화풀이임은 분명했다.
타선이 3회까지 홈런포 세 방을 터뜨리며 5점을 지원했고, 승리투수 요건을 앞둔 다이아몬드는 힘을 내 5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 요건을 따냈다. 지난 18일 대구 삼성전 등판 당시에도 3개의 결정적인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진 기억이 있는데 이날은 타자들이 그래도 초반에 홈런포로 힘을 내줘 승리요건을 만들어줬다.
이렇게라도 끝났으면 해피엔딩인데, 7회 김주한이 1점을 허용하며 승리요건마저 날아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수도 나쁜 날이었다. 그나마 팀이 접전 끝에 승리해 아쉬움을 던 게 다행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