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휴대폰 시장 목표 점유율은 1%? 애플 행사서 잡스의 소개를 받은 라이벌 구글 CEO?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지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1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애플 개발자콘퍼런스에 청바지에 검은 티를 입은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전설이 시작됐다.
IT 전문 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는 30일 "실제로 많은 과잉 기조 연설과 달리 잡스의 첫 아이폰 기조 연설은 아직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냈다.
벤처비트는 "첫 아이폰은 여러 가지 중요한 면에서 완벽하지 않고 상당히 제한적인 폰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기초 연설을 재검토하는 것은 여전히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아이폰은 세상에 많은 것을 뛰어넘는 비약적인 도약이었다"고 밝혔다. 벤처비트는 아이폰 10주년을 기리기 위해 당시 기조 연설서 잡스가 말한 발언 중 흥미로운 4가지를 선정해 보도했다.
1. "너는 야후를 생각하지 않고는, 인터넷에 관해 생각할 수 없다(You can’t think about the Internet without thinking about Yahoo)“
당시 잡스는 이 찬사 이후 야후의 공동 설립자인 제리 양(Jerry Yang)을 기조연설서 소개했다. 당시 야후가 아이폰의 이메일 서비스에서 중요한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도 야후는 신흥세력 구글에 밀려 전전긍긍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야후는 10년이 지난 상황에서 버라이즌에 속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 "누가 스타일러스를 원해. 사람들은 스타일러스를 들고 다니기 힘들어하고 그것을 잊어버릴 것이다. 으... 아무도 스타일러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Who wants a stylus? You have to get them and put them away and you lose them. Yuck. Nobody wants a stylus)“
벤쳐비트는 “2015 년 9월 애플은 애플 펜슬이라는 이름의 아이패드 용 스타일러스를 도입했다. 그리고 애플은 애플 펜슬이 스타일러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애플 펜슬은 스타일러스다. 진짜 멋지지만 여전히 스타일러스다. 잡스는 스타일러스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잡스는 첫 아이폰 기조연설서 “손가락이 있는데 누가 스타일러스를 필요로 하는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3. “구글 CEO 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를 소개하겠습니다(It’s my pleasure now to introduce Dr. Eric Schmidt, Google CEO)”
애플 아이폰의 운영체제 iOS의 유일한 라이벌은 구글 안드로이드. 당시 슈미트는 구글 CEO이면서 애플 이사진이기도 했다. 첫 번째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과 지도는 중요 기능으로 포함된 상황이었다.
잡스 입장에서는 아이폰의 주요 협력자 중 한 명을 소개했던 것. 당시 시점에서 잡스는 구글이 애플 iOS와 경쟁할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공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이다. 슈미트는 안드로이드 발표 이후 애플 이사진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잡스는 격노하여 “안드로이드 폰은 애플 폰에 대한 철저한 도둑질이다”고 주장하며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 삼성전자와 장기적인 법적 분쟁을 일으킨다.
벤처비트는 “재미있는 사실은 슈미트가 무대를 떠날 때 잡스는 그에게 이사회 멤버로서 당신은 첫 번째 아이폰 중 하나를 얻을 것이라고 전한 사실이다”고 전했다.
4. “(아이폰) 출시 첫 해인 2008년은 휴대폰 시장 점유율서 1%부터 시작할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1%부터 시작할 예정이다(See if we can get 1% marketshare in 2008, and go from there)“
첫 아이폰 출시 당시 시장은 휴대폰 제조 경험이 없는 애플을 무시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CEO는 "아이폰이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도 기회도 없다. 전세계에 팔려나간 1.3억대의 휴대폰의 60~80%는 우리의 소프트웨어가 차지하고 있고, 애플은 많아야 2~3%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의 에드 잰더 CEO 역시 "애플이 우리를 어떻게 상대하냐"고 무시했다. 노키아의 앤시 밴조키 부사장도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싼 아이폰은 틈새시장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시장 기대 때문에 잡스 역시 의도적으로 기대를 낮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폰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을 일으켰다. 애플은 2008년 아이폰으로 잡스의 예상보다 30%가 더 많은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9년 블랙베리와 노키아 같은 휴대폰 시장의 기존 강자들을 모조리 무너트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폰이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모바일 시대 적응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발머 역시 모바일 시대 부진 때문에 CEO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결국 잡스는 지나치게 겸손하게 아이폰의 위력을 예측한 것이다.
시장이나 업계의 부정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아이폰 출시 기조연설서 "아이폰을 통해 애플이 휴대폰을 재발견 할 것입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다.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서 점유율을 뛰어넘어서 세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생활 방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아이폰은 세상을 바꿨다. /mcadoo@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