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자취 감춘 1점대 ERA, 재등장할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30 05: 54

6월 29일을 기해 규정이닝을 채운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사라졌다. 올 시즌은 2010년 류현진 이후 7년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등장할까.
임기영(KIA)은 지난 7일 광주 한화전 이후 등판기록이 없다. 당시 9이닝 5피안타 2볼넷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던 임기영은 이튿날인 8일 폐렴 진단을 받았다. 그 즉시 1군에서 말소된 뒤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임기영은 현재 퇴원 후 퓨처스팀에 합류, 하프피칭 등 복귀 프로그램을 밟고 있다. 두 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한 뒤 퓨처스리그에서 한 차례 실전등판할 예정이다. 전반기를 마치기 전에는 1군에 올리겠다는 김기태 KIA 감독의 복안이다.

▲ 임기영이 말소된 사이, ERA 순위 들쑥날쑥
임기영은 말소 직전까지 12경기(11경기 선발)에 등판해 74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2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라이언 피어밴드(1.54)와 박세웅(1.73)에 이어 이 부문 리그 3위였다.
임기영이 1군에서 말소된 사이 평균자책점 순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피어밴드가 최근 4경기서 승리 없이 3패만을 떠안으며 부진했고, 평균자책점은 2.43까지 뛰어올랐다. 박세웅 역시 지난 13일 사직 KIA전서 6⅓이닝 6실점(5자책)을 기록하며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임기영은 1군에서 빠진 사이 평균자책점 3위에서 1위까지 '강제 상승'당했다.
그러나 29일 경기가 끝난 뒤 평균자책점 1위는 다시 박세웅에게 돌아갔다. 임기영이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29일 광주 삼성전은 KIA의 올 시즌 75번째 경기. 임기영은 규정이닝에 ⅔이닝 모자르게 됐다. 이후 이 공백은 차츰 커질 것이다.
물론, 임기영이 부상 이전 선발등판한 11경기서 73⅓이닝(경기당 6⅔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에 20일 넘은 결장에도 규정이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복귀 이후에도 꾸준히 이닝을 지워간다면 규정이닝 재진입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거기에 폐렴 이전의 구위를 유지해야 평균자책점의 손실도 막을 수 있다.
이제 임기영이 빠지며 규정이닝을 채운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사라졌다. 2010년 류현진 이후 7년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재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짙다.
▲ 가장 근접했던 건 2015 양현종
류현진은 2010시즌 25경기서 192⅔이닝을 던지며 16승4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부터 1점대 평균자책점을 놓치지 않던 류현진은 1998년 정명원(당시 현대·1.86) 이후 12년만이자,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 투수가 됐다.
그 뒤로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종적을 감췄다. 2010년 류현진 이후 10경기 이상 등판한 상황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건 딱 세 명뿐이었다. 2011년에는 김선우(당시 두산)가 27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6월 9일까지 10경기서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 중이었다. 김선우는 이튿날인 10일 잠실 SK전서 5이닝 12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고 평균자책점은 2.34까지 뛰었다. 김선우는 2011시즌을 평균자책점 3.13으로 마감했다.
2013시즌에는 크리스 세든(당시 SK)이 13경기에 등판한 시점인 6월 20일까지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 중이었다. 세든은 21일 문학 롯데전서 7이닝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2010년 류현진 이후 가장 오래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건 양현종(KIA)이다. 양현종의 2015시즌은 놀라운 페이스였다. 양현종은 7월 말까지 19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83으로 호투 중이었다. 그러나 7월 29일 광주 SK전서 7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고, 평균자책점은 2점대로 뛰었다. 양현종은 결국 다시 1점대 진입에 실패하며 그 시즌을 평균자책점 2.44로 마무리했다.
이밖에도 2012년의 류현진, 2014년의 유희관, 2016년의 마이클 보우덴은 각 시즌별로 가장 늦게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으나, 모두 5월 이전에 깨졌다.
▲ 1점대 ERA, 얼마나 어려울까
144경기 체제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시즌 말미까지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들은 평균 29.9번 선발등판했다. 사실상 한 시즌에 30번을 등판하는 셈이다. 이때 만약 5이닝씩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그 시즌을 150이닝으로 마치게 된다. 규정이닝(144이닝)을 간신히 넘는 셈이다.
150이닝을 던진 선수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치려면 33실점에서 멈춰야 한다. 만일 34실점을 기록할 경우, 평균자책점은 2.04가 된다. 바꿔 말하면, 매 경기 5이닝 1실점의 페이스로 시즌을 끝까지 완주해야 간신히 1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셈이다.
투수 출신 해설위원 A의 주장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그는 "선발투수가 7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면 호투라고 칭찬받는다. 하지만 그 경기 평균자책점은 2.57이다. 물론 이 자체로도 준수하지만 1점대와는 거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두 달 정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30경기 가까이 그 흐름을 지속하는 건 어렵다"라며 "2010년의 류현진은 물론이고 7월 말까지 그 기록을 유지한 2015년의 양현종도 박수 받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 잠시 투고타저 분위기가 감지됐고,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에 대한 희망이 꿈틀댔다. 그러나 여름부터 타자들이 득세하며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점차 올라가고 있다. 과연 올 시즌은 류현진 이후 또 하나의 괴물이 등장하는 해가 될까.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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